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저축보험으로 실적 방어 나선 생보사 '양날의 검'


입력 2020.07.02 06:00 수정 2020.07.01 21:3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방카슈랑스 매출 1년 새 48.6% 급증…궁여지책 된 저축성 상품

저금리 반사효과 기대되지만…'예고된 악재' IFRS17 부담 여전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익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익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를 통한 매출이 1년 새 4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생보사 상품의 특성 상 저축성 보험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며 팔았던 저축보험에 고민이 깊어지던 생명보험업계가 근래 들어 극도의 실적 부진에 직면하자 궁여지책으로 관련 상품에 다시 손을 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급격히 추락한 금리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카드란 해석도 나온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로부터 거둔 2회차 이후 보험료는 올해 1분기 총 1조4137억원으로 전년 동기(9525억원) 대비 48.4%(461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이처럼 은행에서 판매되는 생보업계의 상품은 저축성 보험이 주축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보장성 상품의 핵심 영업 루트인 대면 영업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 입장에서 비대면 창구인 방카슈랑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저축성 상품 판매가 한층 힘을 받는 모습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한화생명의 2회차 이후 방카슈랑스 보험료가 같은 기간 4162억원에서 5566억원으로 33.7%(1404억원)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교보생명도 이를 통한 보험료 수익이 3195억원에서 5142억원으로 60.9%(1947억원)나 증가했다.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해당 금액이 53억원에서 1618억원으로 2959.3%(1565억원) 급증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588억원)·삼성생명(503억원)·DB생명(384억원)·IBK연금보험(166억원) 등이 조사 대상 기간 동안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100억원 이상의 납입 2회차 이후 보험료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판매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시점이 다가오면서 높은 금리를 보장해야 하는 저축성 상품에 따른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어서였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이 최근 들어서는 이를 자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또 생보업계가 저축성 상품 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 배경에는 눈에 띄게 나빠진 수익성이 자리하고 있다. 나빠진 회사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저축성 보험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4조325억원) 대비 22.8%(9185억원)나 감소한 실정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근래 들어 판매되는 저축성 보험은 예전 상품들만큼 생보사의 어깨를 짓누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저금리 기조가 더욱 심화하면서 이제 저축성 상품이 제시할 수 있는 이자율도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사상 최저인 0%대로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IFRS17에 따른 시가 평가 압박도 크기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 금융 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제로금리 시대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축성 보험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행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 생보업계의 일반론이다. 시장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데다, 대표적 장기 금융 상품인 보험의 특성을 감안하면 짐이 더욱 무거울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금리의 방향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저축성 보험이 단기간 생보사 실적을 끌어 올리는데 용이한 상품이지만, 예고된 악재인 IFRS17을 앞두고 이를 섣불리 늘렸다가는 훗날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