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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정신질환자 미화 논란 ‘영혼수선공’, 놀랍지 않은 시청률 추락


입력 2020.06.26 13:56 수정 2020.06.26 13: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마지막 방송 시청률 2% 초반대로 마무리

ⓒKBS ⓒKBS

시청률 하락, 정확하게는 ‘곤두박질’ 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드라마 ‘영혼수선공’의 시청률 성적은 처참했다.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작품 속에서 다루는 내용들에서 자칫 오해할 만한 요소들이 있어 시청자 이탈을 부추기는 모양새였다.


KBS2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은 25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6일 첫 방송에서 5.2%(2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회차 중 최고 시청률이다. 신하균이라는 탄탄한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의 출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시청률로 봐도 무방하다. 전작인 ‘어서와’가 0%라는 충격적인 시청률을 보였기 때문에 이 성적은 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영혼수선공’은 작품 자체의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걸출한 배우 한 명이 일시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이끌 순 있지만, 작품이 탄탄하지 못하면 결국 힘이 빠진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극중 정신과 의사와 환자가 로맨틱한 관계로 그려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환자는 정신과 의사에게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최대한 통제하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극중 시준(신하균 분)과 우주(정소민 분)의 관계가 단순히 상담자와 내담자를 넘어 그 이상의 로맨틱한 관계로 묘사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 게시판에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 로맨틱한 관계를 갖는 건 범죄’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지적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려 고민하고 있다. 전개 과정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는 추후 드라마 진행 내용에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처럼 제작진은 드라마에서 장치를 쓰긴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현실에서 그랬듯 극중 둘의 관계를 문제 삼는 무리가 나오는데, 마치 그들이 잘못된 문제를 제기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급기야는 우주가 상담자를 바꾸도록 하는 선택을 했다. 단순히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끊으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앞서 제작진은 방송 전 진행됐던 제작발표회에서도 정신과 질환에 대한 미화·왜곡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자문 의료진이 있다. 자문을 제대로 받아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정신 질환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안 좋은 범죄와 연관되거나 하는 내용, 우리가 다루는 기획의도와는 다른 부분들이다.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부분에서 마음의 감기 같은 것, 그리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부분들이나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들을 공공의 직업이나 공익을 위해 일하다가 마음의 병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에 집중해서 기획했다”며 “미화하거나 편견을 가지거나 하는 부분은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문을 받았다”고 하기엔 안타까운 지점이 많다. 앞서 언급했던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 대한 것은 물론, 현실의 정신과 의사들의 모습이 아닌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서 ‘철인’ ‘괴짜’ 같은 정신과 의사 캐릭터를 만든 점도 아쉽다. “드라마인데 어때”라고 할 수 있지만, 제작진도 인정했듯 정신과라는 예민한 분야를 다루면서 영웅적인 헌신과 능력으로 질환을 ‘휙휙’ 고쳐내는 등의 드라마 요소로 현실을 왜곡한 것과 다름이 없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대진운도 좋지 못했다. 수요일은 트로트 열풍에 등장한 SBS ‘트롯신이 떴다’와 TV조선 ‘뽕숭아학당’과 맞붙었고, 목요일도 평균 시청률 20%를 넘어서는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동시간대 방송됐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드라마 초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도 방송시간이 겹쳤다.


그 결과 ‘영혼수선공’은 첫 회의 시청률에서 이렇다할 반등 없이 꾸준히 시청률 하락을 맛봤다. 특히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1.4%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지막 회였던 31회, 32회도 각각 2.1%, 2.3%의 시청률로 씁쓸한 마지막을 맞게 됐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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