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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막느냐 다시 푸느냐"…뜨거운 감자 손에 쥔 금융위


입력 2020.06.19 05:00 수정 2020.06.18 23:05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융당국, 9월15일 '금지기간' 종료 앞두고 공청회서 의견 수렴

코로나19 이후 증시회복에 '긍정효과'…개미들 "이참에 폐지하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는 가운데 재연장 카드를 꺼내야할지, 조치를 해제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금지시킨 공매도와 관련해 오는 8월 공청회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학계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까지 청취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입장에선 공매도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격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매도 주문을 냈을 때보다 결제일에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


예컨대 A기업의 주가가 100원일 때 공매도로 매매 주문을 내고 주식을 팔았는데, 결제일에 주가가 60원으로 떨어지면 이 투자자는 A기업 주식을 사서 돌려주고 40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문제는 공매도가 증시가 안정적일 때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해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불안정할 때는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과도한 매도를 부추겨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돼왔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낸 것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증시 폭락'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시장에선 3개월간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식시장을 떠받친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의 동력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1500선까지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최근 2100선까지 회복했다.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공매도를 국내 시장에서만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오는 9월 공매도 금지를 해제할 경우, 회복 중인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개미들의 거센 원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 의견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8일 현재까지 공매도 관련 국민청원만 3146건에 달한다. 금융위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은 "개미 죽이는 공매도 금지하라"며 공매도 금지를 촉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꺼내는 것보다 다시 집어넣는 게 훨씬 어렵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설득해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가 해제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8년과 2011년에도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풀고, 금융주는 시차를 두고 해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더라도 바로 하지 않고 제도 개선과 함께 환원하고 시장과 소통을 통해 연장이 필요할지 살펴볼 것"이라며 "공매도를 환원하면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하면서 가야 납득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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