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도 은행서 잠자는 돈"…'돈맥경화' 공포 심화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6.18 06:00  수정 2020.06.17 22:14

요구불예금 회전율 지난 1년간 20.2회에서 17.2회로 ‘뚝’

“저금리·코로나19에다 사모펀드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

초저금리시대에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0%대 초저금리시대가 본격화됐지만 가계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은행에 돈을 예치만하고 좀처럼 꺼내 쓰지 않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지속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대규모 피해가 속출하자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4월 말 17.2회로 1년 전(20.2회)보다 상당폭 떨어졌다. 전월(19.5회)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예금통화의 월중 지급액을 평균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인출 횟수를 근거로 일정기간 중 시장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히 순환됐는지와 예금통화의 유통속도를 보여준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돈의 유통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부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2월 16.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 20.3회로 올랐다가 다시 20회 아래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성예금 회전율도 마찬가지다. 2019년 4월 1.3회에서 올 4월 1.2회로 줄었다.


이처럼 예금은행의 회전율이 둔화되자 요구불예금 잔액은 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5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432조7307억원으로 한 달 전(419조8771억원)보다 12조원 넘게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131조7213억원에서 133조8347억원으로 2조1134억원 늘었고 신한은행도 94조173억원에서 95조6491억원으로 1조4759억원 상승했다. 우리은행 역시 105조3883억원에서 110조204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88조5943억원에서 93조425억원으로 각각 4.6%, 5.0% 증가했다.


돈의 유통속도를 의미하는 통화승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통화승수는 3월15.26배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뒤 4월 15.3배로 소폭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중앙은행의 창구를 통해 발행된 돈)로 나눈 것이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할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준다. 수치가 낮을수록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예금회전율이 낮은 이유는 초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로 인한 대외 경영환경 악화와 불확실성 우려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DLF 피해, 라임 펀드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한 예금에 자산을 맡겨두자는 심리가 높아진 점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가 활발할수록 예금회전율이 높은데 저금리,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소비·투자가 위축된 상태”라며 “여유자금을 은행에 묶어두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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