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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K-OTC, 늪 빠진 코넥스…같은 시도, 다른 결과 왜?


입력 2020.06.17 05:00 수정 2020.06.17 10: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K-OTC, 상승장에 거래대금 전년比 60%늘리며 '훨훨'…신규·이전상장도↑

코넥스, 까다로운 거래조건·유통주식 감소 등으로 거래량·시총·상장 동반↓

K-OTC(왼쪽)와 코넥스시장 메인 화면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K-OTC(왼쪽)와 코넥스시장 메인 화면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벤처·중소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출범한 증권시장인 장외주식시장(K-OTC)과 코넥스시장 간에 온도차가 나고 있다. 상승장을 타고 개인투자자가 유입된 K-OTC는 거래대금이 상승하며 뜨겁게 달궈졌지만 코넥스는 예탁금, 유통주식수 부족 등 요인으로 시총이 감소하고 코스닥 상장이전이 철회되는 등 찬바람이 맞고 있다. 이에 코넥스도 제도 개선을 통해 원래 목적인 혁신기업 활성화에 보탬이 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K-OTC의 거래대금은 4118억285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2590억2911만원보다 58.9%(1527억9948만원) 증가한 규모다. K-OTC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초기 벤처·중소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주도 아래 지난 2014년 8월 공식 출범했다.


이 시장에 자금이 쏠린 건 최근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개인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코스피는 11일 장중 2200선을 터치하는 등 회복세를 나타냈다. K-OTC 시가총액도 지난 10일 기준 14조750억원으로 올해 최저치였던 3월23일의 10조8364억원보다 30.3%(3조2876억원) 증가하며 상승장에 편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인투자자의 눈길을 끈 것이 주효했다. 현재 K-OTC시장 거래대금 1위부터 3위까지는 비보존, 오상헬스케어, 삼성메디슨 등 제약회사가 휩쓸고 있다. 진단키트 및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 K-OTC의 제도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증권사들은 각사 HTS·MTS에서 K-OTC시장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를 위한 예탁금도 없다.


반면, 같은 취지로 시작한 코넥스(KONEX)시장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5월 말 코넥스의 거래대금합계는 2822억19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07억8800만원보다 6.1%(185억6900만원) 감소한 수치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코넥스는 유망한 벤처·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및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3년 7월 출범한 시장이다. 코스닥 상장의 교두보 역할을 위해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넥스는 지난해 3월 6조4537억원이던 시총이 올 3월 4조5190억원으로 29.9%(1조9347억원) 줄어든 이후, 이달 10일 기준 4조7473억원으로 답보상태다.


이처럼 코넥스가 외면 받는 이유로는 까다로운 거래 조건이 꼽힌다. 개인투자자가 코넥스 거래를 위해서는 3000만원의 기본 예탁금을 내야한다. 또 지난해 5월 증권거래세를 0.5%포인트 내렸지만 투자자 발길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K-OTC는 장외시장이지만 꽤 규모가 큰 기업이 있어 투자자 유입효과가 충분한 측면이 있다"며 "코넥스는 예탁금 제약와 소수 대주주가 주식 대부분을 갖고 있어도 상관없는 분산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돼 유통주식수가 적은 것도 거래가 부진한 원인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도 줄어드는 추세다. 코넥스 상장요건은 코스닥 상장요건의 3분의 1이었다. 코스닥 상장요건은 ▲자본금 30억원 이상 ▲연 매출 100억원 이상 ▲순이익 20억원 이상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를 넘기면 코넥스에 상장할 수 없었고, 작은 기업이 몰릴 수밖에 없어 투자자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넥스에 상장하기 위해서 첫해 평균 1억9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이런 조건과 비용을 맞춰 코넥스를 거치기보단 코스닥 직상장을 선호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는 최근 이런 재무적 제한 요소를 감경하기 위해 최근 사업연도 감사의견 적정, 지정자문인 1사와 선임계약 체결, 중소기업 해당 등만을 판단한 요건으로도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는 3개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6개 기업을 입성시킨 K-OTC보다 적은 수치다.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코넥스 상장 1호 기업 21개사 중 코스닥 이전상장에 성공한 건 8개사였다. 2014년 출범한 K-OTC에서 이전상장한 기업이 12개사인 것과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넥스는 이전상장이라는 특수목적성이 뚜렷한데다 공시의무까지 겹쳐 거래 접근성이나 활성화 부분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코넥스기업을 위한 규제개편이나 세제혜택 등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거래와 시장 활성화가 모두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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