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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하는데”…코로나 사태 속 외면 받는 비인기 종목의 ‘구슬땀’


입력 2020.06.04 10:00 수정 2020.06.04 10:0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코로나19 확산 이후 석 달 넘게 대회 연기 또는 취소

월급 정상 지급되나 대회 출전하지 못한 답답함 더 커

코로나19 여파로 프로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대회가 석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프로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대회가 석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세계 스포츠가 중단된 가운데 국내 프로야구(KBO 리그)와 프로축구(K리그), 프로골프 등 일부 스포츠는 어렵게 닻을 들어 올렸다. 국내 방역 체계와 더불어 스포츠가 재개되는 상황에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관심도 쏠린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기 재개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올림픽이나 국가대표 경기 때만 반짝 관심을 받을 뿐, 평소에는 외면당한 종목들의 선수들이다. 야구와 축구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이 같은 상황조차 부러움이다. 평소 관중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 산하 가맹된 종목만 58개(정회원 종목 기준)에 이르며 남자 1만 4059명, 여자 4609명 등 총 1만 8668명의 선수들이 등록되어 있다. 개막한 프로야구(588명)와 프로축구(784명)의 총 인원이 1372명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90% 이상의 ‘비인기 종목’ 실업팀 선수들은 여전히 코로나19에 발이 붙잡혀 있는 셈이다.


프로 종목이 무관중으로라도 개막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바로 대중의 관심이다. 야구와 축구 모두 TV 및 인터넷 중계권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하다. 특히 KBO리그의 경우 연평균 76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중계권료를 벌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실업팀 종목의 선수들은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 프로 스포츠처럼 리그가 존재하지도 않으며 국내 또는 국제 대회 출전만으로 갈고 닦은 기량을 경쟁하는 구도다. 특히 극히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매스컴에 노출되는 횟수도 현저히 적어 말 그대로 음지에서 자신의 종목에 매진할 뿐이다.


각 종목 선수들은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각 종목 선수들은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자료사진). ⓒ 뉴시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업팀 선수라 할지언정 연봉 등의 처우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에서 운영 중인 펜싱, 사이클, 마라톤, 카누, 다이빙 팀에 속한 선수들은 취재 결과 사전 계약한 연봉에 따라 월급을 지급받고, 사회와 거리를 둔 채 훈련 또한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여타 실업팀 또는 시도체육회 소속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답답한 부분이다. 대한체육회에 보고된 모든 종목의 대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시작된 2월 중순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현재까지 취소 또는 연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부가 수입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실업팀에 속한 선수들은 연봉제로 계약을 맺고 있지만, 대회 출전에 따른 수당과 상금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전국 단위 큰 대회나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고 받게 되는 상금은 월급과 맞먹기도 한다.


대회에 뛰지 못한다는 점은 향후 고과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업팀 선수들은 이전연도 성적을 바탕으로 연봉을 결정하고 심지어 재계약 여부를 검토하기도 한다. 도태되는 선수를 방출하는 구조는 프로와 다를 바 없다.


실적을 내지 못하는 팀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업팀 관계자는 “팀 운영비나 선수들의 급료 모두 성적에 근거해서 예산을 올린다. 대회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이전해와 다름없는 예산을 보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스포츠의 메카 강원도 양구에서는 6월 중순부터 각종 대회들을 개최할 예정이다. ⓒ 뉴시스 스포츠의 메카 강원도 양구에서는 6월 중순부터 각종 대회들을 개최할 예정이다. ⓒ 뉴시스

실제로 대회나 리그에 출전하지 못해 선수단 규모를 감축하는 과정은 이미 프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개막 취소에 무게가 쏠리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는 메이저 팀 산하 11개 구단이 1000명 넘는 선수들을 방출 조치했다. 이는 국내 종목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선수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팀도 보전되려면 하루 속히 대회가 열리는 수밖에 없다. 마침 대한체육회 산하 각 종목 연맹 또는 협회들은 6월 중순 이후 기지개를 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22개 종목 107개 대회를 열면서 스포츠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강원도 양구는 6월부터 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학생 선수들 출전 대회는 여전히 보류 상태이나 실업 선수들 출전 대회는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변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다. 다잡는 듯 보였던 코로나19가 다시 퍼져나간다면 스포츠 대회 역시 겨우 열려던 문을 다시 굳게 잠글 수밖에 없다. 하루 속히 대재앙이 물러가고 스포츠에도 뒤늦은 봄이 오길 모든 선수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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