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라이트급, 옥타곤의 저주받은 체급?!(상)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7.11.11 11:58  수정

UFC 체급별구도 알아보기⑤ <라이트급>

´무명신인이 유명 베테랑을 꺾는 일이 잦은 체급, 괴물 위에 괴물이 둘이나 있는 체급´

UFC 라이트급은 그야말로 전 세계 MMA 경량급 괴물들의 집합소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급이 낮을수록 뛰어난 선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라이트급의 특성상, 기량이 절정에 오른 선수들이 우글우글하며 레슬러, 타격가, 주짓떼로 등 파이터들의 유형 역시 다양하기 그지없다.


헤비급이나 라이트헤비급같은 경우 프라이드의 붕괴와 함께 선수층이 갑자기 두터워진 영향도 있으나 UFC의 라이트급은 본래 빡빡하기 그지없던 곳이다. 프라이드의 중량급이 세계최고라는 평가가 있을 때도 경량급만큼은 단연 UFC를 꼽는 이들이 많았었는데 그만큼 그 근간을 이루는 선수들의 파이팅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저 후에르타, 케니 플로리안, 조 스티븐슨, 멜빈 길라드, 프랭크 에드가, 타이슨 그리핀, 티아고 타바레스, 네이션 디아즈, 클레이 구이다, 스펜셔 피셔, 제이슨 레인하트, 조 로존, 룩 카딜로, 마커스 아우렐리오 등 어느 하나 만만히 볼 선수가 없고 이들은 각각 영입, 방출, 강등, 재기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옥타곤 전선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여나가는 중이다.

한때 챔피언까지 지낸바 있는 ´작은 악마´ 젠스 펄버(32·미국)가 연패 끝에 한계를 느끼고 WEC(World Extreme Cagefighting)로 이적하고 말았을 정도다. 체구의 불리함까지 안은 채 싸움을 펼쳐나가기에는 현재의 UFC 라이트급이 너무도 벅찼던 것.

때문에 일부에서는 웰터급이 ´죽음의 체급´이라면 라이트급은 ´저주받은 체급´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괴물 위에 괴물들, 비제이 펜과 션 셔크

비제이 펜은 일반적인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말 그대로 ´천재´다

라이트급을 ´저주받은 체급´이라고 부르는 데는 막강한 선수 두 명의 영향이 무척 크다. 온갖 괴물들이 모인 곳에서 괴물 위에 괴물로 평가받는 그들은 그야말로 존재자체가 타 선수들에게 재앙일 정도.

´천재´ 비제이펜(29·미국)과 ´근육상어´ 션 셔크(34·미국)는 라이트급의 다른 파이터들에게 ‘통곡의 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천재´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 비제이 펜은 일반적인 상식을 모조리 뒤엎어버리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격투센스를 가지고 있는 파이터다. 다소 게으르다는 점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 단계 위인 웰터급의 타이틀 전선마저도 충분히 흔들어놓을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주짓수를 수련한 펜의 습득능력은 그야말로 일반인의 범주를 훨씬 벗어났다. 화이트벨트로 블루벨트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거머쥐는 것은 물론,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걸린다는 블랙벨트를 단 4년 만에 따버리는 등 선천적인 재능하나만으로 보통의 수련과정을 모조리 무시해버렸다.

세계최대의 그래플링 대회 중 하나인 문디알에 참가 우승을 차지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주짓수 신동´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으나 ´천재´에게 그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UFC 초창기에 펜이 관중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게 된 스타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최고 수준의 주짓수가 아닌 화끈한 타격이었다.

딱히 타격기를 배운 것도 아님에도 굉장한 핸드스피드와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전문 타격가를 압도해버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믿기 힘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그의 타격은 다소 정돈된 느낌은 없는 편이지만 단순히 막고 피하고 때리는 수준에 있어서는 가히 전문 스트라이커를 방불케 한다. 거기에 당연히 강할 수밖에는 그래플링까지 갖추고 있어 정상 컨디션의 펜을 꺾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웰터급 최강의 파이터 조르주 생 피에르(26·캐나다)와의 경기는 펜의 천재성이 가장 빛났던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펜과 함께 천재라는 호칭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파이터로 평가받는 피에르는 극진가라데를 수련했던 선수답게 다른 이들과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타격능력이 엄청난 선수다. 송곳 같은 펀치테크닉은 물론 로우킥, 하이킥, 미들킥에 백스핀킥까지 다양한 공격루트를 자랑한다. 거기에 신체조건까지 좋은지라 당초 예상은 “아무리 펜이라도 타격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양상은 전혀 달랐다.

펜은 신장에서 상당히 밀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타격전에서 근소한 우위를 지켜나갔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스탠딩 공격루트가 다양한 피에르에 비하면 펜은 다분히 펀치일변도였다는 점이다.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확실하게 치고 빠지는 펜의 펀치공격에 피에르의 얼굴은 점점 피투성이로 변해갔고 그런 과정에서 두 사람의 리치차이에 의한 거리싸움은 아예 무시되고 있었다.

비록 승패에서는 테이크다운에서 점수를 빼앗긴 펜의 아쉬운 판정패로 끝났지만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만큼 전체적인 경기내용은 박빙이었다.

체중을 잔뜩 불려 K-1 히어로즈 대회에 헤비급으로 참가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말썽꾸러기 행보만 아니었다면 UFC 역사상 가장 장수하는 챔피언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극찬이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렇듯 상위 체급의 강자들도 대등한 승부를 벌였을 정도의 펜이 라이트급 선수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가 없는 사이 션 셔크가 혼란한 라이트급을 평정한 상태지만, 셔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웰터급의 맷 휴즈에게까지 승리를 거둔 펜과의 매치업은 꿈의 대결로 까지 불린다.

팬들 입장에서는 ´약물파동´으로 인해 성사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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