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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떠밀린 은행 기술금융…리스크 新 뇌관 우려


입력 2020.05.26 05:00 수정 2020.05.25 18: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한 달 새 8.5조 급증…정책 시행 후 6년여 만에 최대

중소기업 경영난 심화…쌓이는 잠재 위험 부담 증폭

은행 기업신용 대출 월별 증감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 기업신용 대출 월별 증감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금융 대출 사업이 정책 시행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속화하는 와중 사실상 무담보 여신인 기술금융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들이 보유한 기술신용 대출 잔액은 221조8679억원으로 전월 말(213조2761억원)보다 4.0%(8조591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월간 기술신용 대출 증가액은 해당 정책이 시작된 이후 2015년 6월(10조661억원) 다음으로 큰 액수다.


다만 2015년은 기술신용 사업이 닻을 올린 지 채 1년이 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나름 높은 확대 추이를 이어가던 와중이었다. 당시 은행들의 기술금융 보유량이 모두 합해 41조8093억원으로 지금의 5분의 1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증가폭이란 얘기다. 기술금융이 자리를 잡은 이후 실질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금융 대출은 담보 위주로 영업을 해오던 은행들로 하여금 전당포식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2014년 7월에 도입한 제도다.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해 한국기업데이터, NICE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사들로부터 보유 기술력에 대한 평가서를 받은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은행에 제출하면 대출을 내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은행별로 보면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이 67조8676억원으로 제일 많았다. 전달(65조5424억원)과 비교해 3.5%(2조3252억원) 늘어난 금액으로, 유일하게 2조원이 넘는 증가폭을 나타냈다.


일반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 사업도 일제히 확대 흐름을 보였다. 우선 KB국민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31조4669억원에서 33조1325억원으로 5.3%(1조6656억원) 증가하며 4대 은행 중에선 최대였다. 우리은행 역시 27조9971억원에서 29조2448억원으로, 신한은행도 27조1698억원에서 28조5875억원으로 각각 4.5%(1조2477억원)와 5.2%(1조4177억원)씩 늘며 기술금융 대출이 30조원에 육박했다. 하나은행의 기술금융 대출도 25조2954억원에서 26조544억원으로 3.0%(7590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은행권의 기술금융 확장 추세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입김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하자 정부가 은행들을 향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라 돈을 빌려간 중소기업들 중 기술금융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들의 대출이 정책적 실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역대급으로 불어난 현실은 이런 위기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16조6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한은이 2009년 6월부터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운전자금 수요 증대와 정부·은행의 지원 등으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기술금융 대출이 앞으로 은행들의 잠재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현실은 염려를 더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올해 2분기부터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차주들의 자금 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차주들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지난 달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중소기업(57)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현재로서는 급증하는 중소기업 대출 수요를 소화하는 한 통로가 되고 있다"며 "사실상 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술금융의 특성을 감안하면 경기 불황에 따른 여신 리스크가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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