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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에 이스타까지...항공업계 M&A 물거품되나


입력 2020.05.22 13:14 수정 2020.05.22 14:04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제주항공 유동성 위기 극복 위한 유상증자...이스타 인수 부담 커질 듯

아시아나 인수 HDC현산도 불확실성 여전...내달쯤 판가름 날 전망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조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수를 포기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인수를 강행하면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지지부진해 자칫 지난해 말 연달아 등장한 항공사들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전날 총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자금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21일 공시를 통해 운영자금 1022억원과 채무상환자금 678억원 등 총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애경그룹도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를 통해 자금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 노력의 일환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잔금 지급 후 주식 취득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 이뤄져 온 전 임원 30% 이상 임금 반납, 전 직원 휴직 실시,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기존 유동성 확보 노력의 연장선상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과는 별도로 회사도 자체적인 자구노력을 해야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의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고 있는 마당에 신규 채무가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인수가 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수년간 적자가 지속돼 오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셧다운됐고 이에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극심한 노사갈등도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그룹으로 인수가 결정된 아시아나항공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아직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는 총 6개국에서 진행됐는데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러시아에서는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 심사가 완료되는대로 인수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이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러시아 정부의 심사를 방패막으로 삼아 인수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포기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예정대로 인수를 하더라도 계약조건 변경이나 정부와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인수 결정이 이뤄졌을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의 업황이 크게 하락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올 1분기 29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채비율도 급증했다.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인수 비용이 늘어나게 됐고 향후 운영에 있어서도 비용 증가가 초래될 수 밖에 없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인수를 포기하면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릴 수는 있지만 인수를 강해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러시아의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는대로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다시 타진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결부돼 있다. 인수 포기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인수 의지가 꺾일수 있다는 불안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업황이 바로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두 M&A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대형 항공사에 이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국제선 운항 재개 및 확대 채비를 하고 있지만 당장 항공 수요가 살아날 수는 없어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M&A 건 모두 인수자들이 현재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확실성과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해외결합심사가 마무리되고 올 하반기 업황 회복 여부를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내달쯤 인수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가 총체적 난국의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항공업계가 총체적 난국의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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