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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허물어지는 ‘性’벽①] 전통적 성역할 파괴되는 대중문화

  • [데일리안] 입력 2020.04.14 13:37
  • 수정 2020.04.19 00:01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다양한 젠더 뉴트럴 캐릭터 등장

고정관념 깨부수는 역할

펭수ⓒEBS펭수ⓒEBS

"남자도 여자도 아닌 펭귄."


지난해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EBS 캐릭터 펭수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목소리는 남자 같지만, 성별 구분이 모호하다는 펭귄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성 정체성 개념을 넘나든다는 면에서 '젠더 프리'(gender-free),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성 중립)한 존재다. 펭수의 성별을 따져 묻는 것 자체가 '꼰대 감별법'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펭수는 펭수 그 자체로 존재한다.


전통적 성 역할에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고, 나 자체로 삶을 영위하려는 의미인 ‘젠더 뉴트럴’과 ‘젠더 프리’가 대중문화 전반에서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 마현이(이주영 분)는 트랜스젠더다. 드라마에서 트랜스젠더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건 드문 사례였다. 마현이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나는 트랜드젠더”라고 당당히 외친 뒤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마현이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은 "성별에 얽매여 연기하기보다는 마현이라는 인물 자체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젠더 뉴트럴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를 이끈 건 포털 업계를 주무르는 여성 3인방 배타미(임수정 분), 송가경(전혜진 분), 차현(이다희 분)이었다. 배타미는 승부사적 기질을 바탕으로 일과 사랑 모두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차현은 강인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오히려 남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들에게 "멋있다"는 평가가 잇따른 이유다.


'이태원 클라쓰' 이주영.ⓒJTBC

현재 방영 중인 SBS '하이에나'의 정금자와 '아무도 모른다'의 김서형 또한 남자들 못지않은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아우른다. 숏컷과 정장 차림 등 이들의 스타일은 성별보다는 역할을 강조한다.


공연계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두드러진다. 공연계 미투 운동 이후 여성 배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성 역할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다.


뮤지컬 '해적',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남녀 배우가 같은 역할을 연기하거나 고정된 배역 없이 연기를 선보였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조조 역을 소리꾼 안이호와 박인혜가 번갈아 맡는 등 젠더프리 캐스팅을 도입했다. 뮤지컬 '데미안'은 고정된 배역이 없는 2인극이다. 남녀 배우가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르되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번갈아 연기한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언체인' 역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진행했다.


가요계에서 젠더 장벽이 무너진 대표적 사례는 엠넷 '퀸덤'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방송한 이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AOA는 검은색 슈트와 통이 넓은 바지를 '너나 해'를 불렀다. 2절이 넘어가며 여장한 남성댄서들이 나와 관능적인 '보깅 댄스'(모델의 워킹에서 따온 댄스)를 선보였다. 하이힐을 신고 곱게 화장한 남성 댄서의 모습은 파격 그 자체였다. 관중들을 환호를 질렀고, 방송 직후 이 무대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영화계 젠더 뉴트럴 캐릭터로는 지난해 개봉해 인기를 끈 '캡틴 마블'과 '알라딘'이 꼽힌다. '캡틴 마블'은 여성 영웅의 탄생으로 영웅은 남자라는 공식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은 공주 캐릭터를 왕자의 간택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에서 스스로 왕위를 차지하는 능동적인 공주로 그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국내 영화도 있다.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돌파한 영화 '정직한 후보'의 라미란은 주로 남성 배우들이 연기했던 국회의원 역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개봉 예정인 영화 '콜'의 전종서는 기존 남성 배우들이 주로 맡아왔던 연쇄 살인마 역할로 변신을 예고한다.


젠더 프리 프로젝트를 기획한 잡지도 눈길을 끈다. 패션지 마리끌레르는 2018년부터 '젠더 프리' 프로젝트를 진행, 성별을 넘어 배우 그 자체를 조명한다. 영화·연극에서 남성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맡아 젠더 구분에 대한 편견을 깨보자는 기획이다.


마리끌레르는 "남성과 여성은 형용사가 아닌 수많은 명사 중 하나일 뿐이며, 남성과 여성만이 성별의 전부도 아니다. 더 많은 작품에서 여성 배우들이 성별에서 자유롭게 존재한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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