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앞두고 이달 시중은행 줄줄이 수신금리 인하
1월 정기예금 잔액 전년비 41조 증가…"안전자산 선호 현상 커져"
"이제 은행에 1억원을 넣어도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은 10만원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시중은행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로 발걸음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그럼에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정기예금 잔고는 상당 폭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잇따라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주요 예·적금상품의 금리를 0.10~0.30%포인트 인하했다. 1년 만기 '신한S드림 정기예금'과 '쏠편한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35%에서 연 1.10%로 0.25%포인트 낮췄다. 적금 상품인 '신한 S드림 적금'의 기본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1.30%에서 연 1.10%으로 0.20%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6일 주요 정기예금과 적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0.10~0.30%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15%에서 연 1.05%로 0.1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우리 SUPER주거래 정기예금' 금리를 연 1.40%에서 연 1.15%로 0.25%포인트 낮췄다. 오는 21일부터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을 비롯한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N플러스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의 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낮추는 등 주요 수신상품에 대한 기본금리를 0.25~0.30%포인트 내렸다. 'e-플러스 정기예금'과 '하나원큐 정기예금' 등의 금리는 0.25%포인트 인하한다.
이제 은행은 '돈을 맡기기만'하는 시대
시중 자금 '안전 대피처' 예금에 머물러
은행권에선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더 떨어져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00%로 금리를 내리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기예금금리로 1억원을 은행에 넣으면 한 해 이자가 110~130만원으로, 한 달로 치면 1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서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를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0만원에 미치지도 못한다. 사실상 은행에 '돈을 맡기기만 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그럼에도 은행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투자 보다 예금'으로 쏠린 결과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47조3449억원으로 전년 동기(605조5474억원) 대비 41조7975억원 증가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시중의 돈들이 '안전자산 대피처'인 예금에 잠시 머물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경기가 안정되면 은행의 예·적금에서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눈을 돌리는 등 탈은행 현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