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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민감한 곳까지 건드리며 삼성 변화 꾀한다


입력 2020.03.06 16:14 수정 2020.03.06 16:30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전향적 변화 요구하는 권고안 만들어 그룹·총수에 전달 계획

이재용 부회장, 권고안 수용 통해 준법경영 의지 재확인할 듯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의 가장 민감한 곳으로 평가되는 ▲노조 ▲승계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중점 과제로 선정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 경영권 승계 등 가장 휘발성이 강한 민감한 부분부터 칼을 댐으로써 준감위 존재를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한편, 삼성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꾸준히 제기되는 삼성의 진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준법감시위는 전날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개최한 3차 회의에서 3가지 중점과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만들어 삼성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준법감시위로 인해 삼성이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사회 많은 사람이 느끼고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그룹에 변화된 자세를 적극 요구할 의지를 천명했다.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아픈 곳’ 건드리기에 나선 것은 어느 때보다도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강해 변화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조·승계 문제에 대한 권고안은 그룹과 함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전달해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준법경영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그룹 내부 사정까지 감시하는 준법감시위 수장 자리에 진보성향인 김 위원장을 내정한 것도 총수인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준법감시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독립성에 대해 총수인 이 부회장의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준법감시위가 그룹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권고안을 만드는 것도 준법감시위가 얼마나 독립된 조직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의 권고안 수용으로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재확인하고 삼성의 전향적인 변화에 힘쓸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관련 내용을 받아들인다면 삼성이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달 초 정식 활동에 돌입한 준법감시위는 이미 한차례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들은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 내역 무단 열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준법감시위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준범감시위의 ‘첫 성과’로 꼽힌다. 임직원 기부 내역 열람에 대한 후속 보고를 받은 준법감시위가 시민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중점과제로 포함해 한 번의 사과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삼성이 준법감시위의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노조와 승계 문제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노조 와해 혐의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됐다. 최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가 출범하고 있는 만큼 준법감시위는 노사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권고안에 삼성의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승계 문제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준법감시위의 감시 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중점과제는 계속 추가될 전망이다. 3차 회의에서 선정된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논의와 제보를 통해 삼성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지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준법감시위의 권고와는 별개로 삼성은 최근 자체적으로 준법경영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내 준법감시조직(컴플라이언스팀)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 직속으로 분리했다. 사내 준법감시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한 방편으로 기존에 별도의 전담조직 없이 법무팀이 준법감시업무를 겸해 왔던 일부 계열사들도 독립적인 준범감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준법감시위의 노력으로 그룹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중점과제를 선정하며 본격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과 준법감시위의 상호 노력으로 삼성의 변화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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