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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주민등록증 가지고 약국으로...마스크 줄서기 지옥 사라질까


입력 2020.03.06 06:00 수정 2020.03.05 23:4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공적물량 비중 늘면서 시중 유통채널선 씨 말라…줄 서기 힘든 직장인들 어쩌나

약국 DUR 시스템 사재기 방지엔 효과, 1인 약국엔 업무 과다 부담도

서울 강서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서울 강서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정부가 공적판매 물량을 생산량의 80%까지 확대하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추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공적 판매 물량을 늘리면서 가격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원부자재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근본적인 수급 불안은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5일 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현재 50%인 공적판매 물량 비율을 80%로 늘리고, 사재기를 막기 위해 약국의 정보망을 활용해 1인당 구매 물량을 주 2매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마스크 생산량과 공적판매 비율을 확대하고, 구매 개수를 제한해 마스크가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유통량 확대를 위해 기존 전체 생산량의 10%만 수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수출을 전면금지 하는 것으로 한층 강화됐다.


또 9일부터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살 수 있는 요일을 정하는 요일별 5부제 판매를 도입한다. 요일별로 보면 ▲월요일 1·6 ▲화요일 2·7 ▲수요일 3·8 ▲목요일 4·9 ▲금요일 5·0이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확인증을 제시해야 한다.


원부자재 수급 불안에 전체 생산량은 감소세…공적물량 비중 늘려도 전체 유통량은 비슷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 물량은 공적물량 초기 때와 비교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공적 판매처를 통한 물량공급 계획을 발표할 당시엔 하루 국내 마스크 생산량을 1000만장 정도로 추산했다. 하지만 24시간 풀가동 체제가 지속되고 중국으로부터 원부자재 수입이 제한되면서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원부재료가 부족해 공장 가동을 못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하루 700만~800만장 정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0만장 기준 공적물량 50%를 적용하면 하루 500만장이지만, 현재 700만장을 기준으로 80%를 적용하면 560만장으로 60만장 정도가 늘어난 수준이다. 그나마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대책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주말에도 공장 운영을 독려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시설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단 시간 내에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의 수급 불안 현상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데일리안 지난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데일리안
공적물량 비중 늘면서 시중 유통채널선 구매 더 어려워져…구매 편의성 측면도 제고해야


공적물량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기존 판매처인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쇼핑 등에 공급 물량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 비해 접근성이 높지만 물량이 줄어 오히려 마스크 구매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공적 판매 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형마트 마스크 일 입고량은 최대 4분의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경우 하루 10~15만장,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7~8만장 정도 입고되는데 전국 점포로 분배할 경우 점포 당 200장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적 판매 제도 도입 이전에도 발주량에 못 미치는 물량을 공급 받았지만 현재는 더 줄었다”며 “1인당 3개씩 구매제한을 해도 물량이 적다 보니 30분도 안 돼 완판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침부터 줄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지만, 워낙 물량이 적어 진열대에 진열할 새도 없이 줄을 선 소비자들에게 나눠주고 판매를 종료하는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 비해 상품 수가 적은 편의점의 경우 코로나 이전 평시와 비교해 10% 수준으로 급격히 입고량이 감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점포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을 공유하는 등 소비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물량이 적은 탓에 몇 분이면 마스크 재고가 바닥나는 실정이다.


온라인쇼핑을 통한 유통물량도 감소하면서 낮 시간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기업이 회사 출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는 일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쇼핑의 경우 업무 중에도 틈틈이 구매가 가능했지만 온라인쇼핑 유통물량이 줄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직장인 임 모씨는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인데 업무 중에 그렇게 나가서 마스크를 구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온라인쇼핑을 통해 조금씩 구매했는데 이것도 힘들게 됐다. 매일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은 어떻게 마스크를 구매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재기 대안으로 마련한 약국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도 다음 주나 돼야 제대로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DUR 시스템은 과다복용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사람의 과거 다른 의약품 구매 관련 정보를 약사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마스크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이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마스크가 시스템에 등록되면 시민 한 사람이 어느 정도의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사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기는 하지만 약사 혼자 운영되는 1인 약국이 많은 상황에서 약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마포구 내 한 약국 관계자는 “요즘 마스크를 찾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처방약 제조 손님은 거의 못 받는 처지”라며 “마스크 수급 완화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혼자 운영하는 약국은 시스템 체크하고 판매하고 하느라 일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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