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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 외줄 타는 지방금융그룹…겹겹 악재에 '위태'


입력 2020.03.04 05:00 수정 2020.03.03 13:2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보통주자본비율 평균 9.59% 그쳐…규제 마지노선 '턱걸이'

지역 경기 불황 속 기준금리 추락…코로나까지 '설상가상'

국내 3대 지방금융그룹 보통주자본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지방금융그룹 보통주자본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지방금융그룹들의 자본력이 모두 금융당국이 정한 마지노선을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영업 기반인 지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여전히 부실채권 정리에 골몰해야 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락으로 투자 여건마저 악화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방금융의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둘러싼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BNK·JB·DGB금융 등 3개 지방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은 평균 9.59%로 집계됐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로, 부채성 자본을 빼고 보통주 중심으로 산출한 자기자본비율이다. 이 때문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나 기본자본 레버리지비율 등 다른 관련 지표들보다 엄격한 잣대로 여겨진다.


지방금융별로 봐도 큰 차이는 없었다. 지방금융그룹들 중에선 BNK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9.54%로 가장 낮았다. 이어 DG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9.56%로 거의 비슷한 정도를 나타냈다. JB금융은 9.67%의 보통주자본비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지방금융그룹들의 보통주자본비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겨우 턱걸이한 수치라는데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력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국내 금융사들로 하여금 지난해까지 보통주자본비율 9.50%를 넘기라고 권고해둔 상태였다.


2018년 말까지만 해도 조사 대상 지방금융그룹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은 9.46%로 이를 밑돌고 있었다. 지방금융그룹로서는 제도 강화 마감 시점에 맞춰 부랴부랴 가이드라인을 맞춘 셈이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의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이 평균 11.28%로 여유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손실 위험이 있는 자산을 줄이거나, 이익을 좀 더 많이 쌓아야 한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자본 조달로 상향이 가능한 BIS 비율이나 기본자본 레버리지비율과는 성격이 다른 자본 건전성 항목이다. 보다 근본적인 경영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봐도 지방금융그룹들의 처지는 녹록치 않다. 수익성 면에서는 아직 전국구 금융그룹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방금융그룹들의 지난해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04%로, 4대 금융그룹(9.14%)보다 1.06%포인트나 낮았다. ROE는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금융권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그렇다고 자산 리스크가 적은 것도 아니다. 지방금융그룹들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94%로, 4대 금융그룹(0.49%) 대비 두 배에 육박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부실채권 수준을 가늠하는데 활용된다.


지방금융그룹들이 이렇게 난항을 겪는 배경에는 늪에 빠진 지역 경제가 자리하고 있다. 각 지방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다 보니, 이에 영업의 바탕을 두고 있는 지방은행들에까지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간하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까지도 지역별 경기는 제주권만 소폭 개선되고 나머지 모든 지방들은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우선 역대 최저로 떨어진 한은 기준금리는 당면 과제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주 수익원인 은행의 이자 마진도 축소가 불가피해서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이런 와중 터져 나온 코로나19 사태는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차주들의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대출 상환 여력에 이상신호가 생길 경우 금융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미 전국적인 확산 국면으로 들어선 코로나19는 올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국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가 연간 1%대 경제성장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장기화하면 0%대 하락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팎의 정황 상 지방금융그룹들이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자본력 개선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당분간 방어적 경영 모드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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