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미리보는 주총-보험] 잇단 CEO 임기 종료에도 '어색한 침묵' 왜


입력 2020.03.02 05:00 수정 2020.03.02 09:1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대부분 기존 대표 연임 가닥…장수 체제 굳히기 돌입

"성과 인정" vs "대안 없을 뿐"…조용한 주총 '딜레마'

신창재(왼쪽부터) 교보생명 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데일리안 신창재(왼쪽부터) 교보생명 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데일리안

보험업계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 최대 이슈는 역시 임기가 끝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 여부에 모아진다. 다만 아직까지 관련 보험사들 중 어디에서도 마땅한 대항마가 부각되지 않으면서 대부분 무난히 연임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보험업계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기점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주요 보험사 CEO들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 등이다.


우선 신 회장은 이들 중 유일한 오너 CEO라는 점에서 연임이 확실시된다. 이로써 신 회장은 1999년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된 후 20년 넘게 교보생명의 수장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보생명의 상장을 둘러싸고 재무적 투자자들과 벌이고 있는 법적 공방은 신 회장이 새로운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최대 숙제다.


보험업계의 대표 장수 CEO로 꼽히는 하 부회장도 경쟁자가 없다는 평이다. 하 부회장은 2011년 처음 사장이 된 이후 10년째 미래에셋생명을 이끌고 있다. 2017년 PCA생명 인수합병을 주도하며 미래에셋생명에서는 물론 그룹 내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졌고, 이후 변액보험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연임에 별다른 변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처음 현대해상 대표로 선임됐고,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10년 넘게 순항하고 있다. 특히 오너 CEO인 정몽윤 회장 아래서 사업 총괄 대표를 맡으며, 사실상 현대해상의 실무를 주도하는 살림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이번 주총을 통해 공식적으로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전영묵 전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한화손해보험은 강성수 사업총괄 부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해 둔 상태다. 이밖에 한화생명은 이전까지 생보업계 최장수 CEO였던 차남규 부회장의 용퇴 후 여승주 단독 대표 체제 하에서 첫 주총을 치르게 됐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최근 겸직 중인 메리츠금융지주의 대표직 연임을 우선 확정지으며 일찌감치 연임 구도를 더욱 굳히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처럼 여러 CEO들의 거취가 걸려 있음에도 조용한 주총이 예상되는데 대해 그 만큼 기존 수장들이 경영을 잘 꾸려온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성과를 내온 만큼, 충분이 연임으로 보상을 받을 만한 이들이란 호평이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상반된 반응도 감지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보험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실정에서 과감히 CEO를 교체하기도 애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최선의 카드를 골랐다기보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와중 궁여지책으로 유임을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험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보험사들이 극도의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들이 지난해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2조8546억원으로 전년(4조7774억원) 대비 40.2%(1조9228억원) 급감했다.


이렇게 보험업계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 여건이 꼽힌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도 악재다.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미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띄게 되는데,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자산운용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보험사들로서는 힘이 빠지는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 국면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강도가 높아지는 정부의 가격 압박은 보험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른바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의 적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억누르면서 보험업계가 손해를 떠안는 형국이다. 보험사들은 자칫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힐라 속만 끓이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여건에서 누가 과감히 보험사 경영에 도전장을 낼 수 있겠냐"며 "CEO들의 연임 성공에도 불구하고 마냥 호평만 내놓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