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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반복 않는다" 글로벌 불황 속 외화 쌓는 시중은행


입력 2020.01.21 06:00 수정 2020.01.20 10:5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보유 외화 자금 145.1조…지난해에만 17.7조 늘어

2008년 후 세계 경제 최저 성장 전망…유동성 확보 '고삐'

국내 4대 시중은행 외화 자금 조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외화 자금 조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쌓아둔 외화 자금이 지난해 들어서만 18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4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계 경제가 최근 10여년 내 가장 깊은 불황에 빠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외화 공급에 난항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은행들은 더욱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자금은 총 145조1101억원으로 전년 말(127조4275억원) 대비 13.9%(17조682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보면 우선 외화 예·적금이 같은 기간 73조7522억원에서 83조6억원으로 12.5%(9조2484억원) 증가했다. 외화 차입금 역시 30조8599억원에서 35조7540억원으로 15.9%(4조8941억원) 늘었고, 회사채를 통한 외화 자금 조달도 18조7786억원에서 21조5054억원으로 14.5%(2조7268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콜머니 및 기타 외화 자금은 4조369억원에서 4조8500억원으로 20.1%(8131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외화 보유량이 늘었다. 우선 하나은행이 가진 외화 자금이 49조9122억원에서 12.0%(5조9760억원) 증가한 55조8882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25조2518억원에서 29조8851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6조7938억원에서 29조8620억원으로 각각 18.3%(4조6333억원)와 11.5%(3조682억원)씩 외화 자금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외화 자금 조달 규모도 25조4697억원에서 29조4748억원으로 15.7%(94조51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외화 꾸러미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로는 점점 짙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꼽힌다. 세계은행은 이번 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5%로 전망, 지난해 2.4%에 비해 근소한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6월에 내놨던 기존 전망치(2.7%)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이후 가장 미약한 성장세다.


은행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 금융 시장 여건도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두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평균 126.0%로 1년 전(115.6%)에 비해 10.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LCR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외환 위험 발생에 대한 대비 수준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기준 시점으로부터 향후 1개월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외화 순유출 규모와 비교해 현금이나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높은 외화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유동성 위험에 직면했던 경험은 은행들이 최근 외화 건전성 개선에 더욱 힘을 쏟게 하는 배경이다. 2008년을 기점으로 국내 상당수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외화 유동성 관리가 외화 부채의 만기 구조에 맞도록 자산을 운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던 탓에 외화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에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세계적인 경기 여건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당분간 뚜렷한 개선 없이 불황이 이어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10여년 전 외환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어 본 은행들로서는 리스크 관리에 한층 고삐를 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과 달리 이제는 외환 관리에 있어 유동성이 큰 자산을 비축하는데 한층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관련 지표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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