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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드맵 없는 원전 정책이 초래한 재앙


입력 2019.12.16 07:00 수정 2019.12.15 19:05        조재학 기자

국내 탈원전‧해외 원전수출…이율배반적 정책

원자력 생태계 유지 어려워…대책 마련 필요

원전 수출 위해 튼튼한 원자력 밸류체인 구축

국내 탈원전‧해외 원전수출…이율배반적 정책
원자력 생태계 유지 어려워…대책 마련 필요
원전 수출 위해 튼튼한 원자력 밸류체인 구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국내는 ‘탈원전’, 해외는 ‘원전 수출’이라는 정부의 정책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일인가. 국내에서는 불안감 때문에 전력수급 여건만 갖춰지면 당장이라도 폐쇄하고 싶은 원전이 해외에서는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원전으로 탈바꿈하는 ‘기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원전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탈핵시대’를 먼저 선언하면서 실타래처럼 엉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원전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의 심장이 멈춘 자리에서 60년간 쌓아올린 원자력 산업계에 사망선고를 내려 버렸다.

‘준비 안 된’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계가 아우성을 치고 국내 원자력 기술력이 재조명되자 정부가 던진 ‘당근’ 중 하나가 해외 원전 수출이다. 국내에서는 정부 정책에 막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으니 해외에서 원전 건설을 타진해보자는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내린 원자력계의 시선을 일단 해외로 돌려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원전수출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문제는 시간 끌기에 나선 정부와 달리 원자력 산업계의 시한폭탄이 초읽기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론화 끝에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재개되면서 원자력 기자재업체가 연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납품이 끝나 일감절벽에 맞닥뜨릴 위기에 놓였다.

원자력 산업 특성상 수주절벽은 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원자력 산업은 다품종 소량의 고품질 기자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한다. 2017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협력사 비중이 93%에 달한다.

사우디 등에 원전수출을 성공한다고 해도 실제 발주까지는 4~5년의 공백기가 발생한다. 중소협력업체가 긴 보릿고개를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원자력 생태계 붕괴가 명약관화다.

이 때문에 국내 원자력 생태계 유지를 위해 두드린 해외 원전 시장의 문을 열기도 전에 원자력 기자재 업체의 공장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력 생태계 유지가 목적이라면 원전수출은 수단이다. 원자력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원전수출이라는 카드를 쓸 기회마저도 사라진다.

원전수출도 튼튼한 원자력 밸류체인(Value Chain)이 받쳐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최근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가 제안한 ‘원전수출지원특별법’ 제정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정부가 해외 원전수출 지원을 공언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국내에서 짓지 않는 원전을 해외에 건설하자는 모순에 답해야 할 때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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