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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삼성-4] 삼성 혁신에 정부 공동 플레이어로 나서야


입력 2019.11.14 06:00 수정 2019.11.13 21:19        조인영 기자

금산분리 강화로 기업 압박…"규제 완화로 新산업 진출 활성화해야"

산업 육성 위한 기업 투자·정부 지원 병행돼야

금산분리 강화로 기업 압박…"규제 완화로 新산업 진출 활성화해야"
산업 육성 위한 기업 투자·정부 지원 병행돼야


경기도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삼성전자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고용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은 취임 이후 세번째이며 공식 행사에서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은 아홉번째다.

문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역대 대통령과 경제부문 고위 관료들은 저성장이나 경기침체,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기업 총수들을 찾았고, 그 중 첫 번째는 항상 삼성이었다. 삼성이 시작하면 투자 고용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재계와 산업계가 뒤따르는 게 일종의 공식이었다.

이처럼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유·무형적 영향은 막대하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선두주자인 삼성이 앞서서 뛰어야 한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휴대폰은 물론, 미래 성장산업 발굴에도 삼성이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사안에 발이 묶여 정체되는 일이 없도록 과감히 규제를 풀고, 마음껏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러나 삼성의 글로벌 역량에도 불구, 미래 혁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까지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 산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삼성을 필두로 기업과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등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법안과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 더 많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대안없는 금산분리 강화로 기업 압박…"규제 완화로 新산업 진출 활성화"

대표적인 것이 금산분리 강화와 삼성 지배구조 변화 압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금산분리 원칙을 들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축소를 압박해왔다.

지난 7월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자산 대비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3%는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 반영해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6월 말 기준 각각 8.84%, 1.49% 보유하고 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들 계열사는 총 18조원에 가까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두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려면 이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데 여건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18조원 상당의 지분을 그룹 내에서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분 정리를 놓고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국이 밀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보험업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력 약화, 경영권 위협이라는 부작용만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초격차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해야 할 삼성에겐 총수의 지배력 약화는 곧 삼성의 위기나 다름없다.

삼성을 타깃으로 강제로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의 적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산분리와 지배구조 개선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해결책이나 대안없이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업계는 비단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의 신산업 진출을 위해 서도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 육성과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주도 벤처캐피털(CVC)은 금산분리 규정을 담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사인 창업투자회사, 신기술투자금융회사 등 CVC법인을 만들 수 없다. 이 때문에 벤처업계는 금산분리 완화로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신사업을 육성하려 해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투자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신산업 규제를 풀어 기업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국내 투자 활성화 위한 전폭적 지원 필요

삼성은 해외에서 90%에 가까운 매출을 거두면서도 국내 대규모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미래 지속 성장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이중 130조원을 국내에 쓰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3개년 투자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인공지능(AI)·5G·바이오사업 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보기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사업장 세제 혜택 등 측면 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삼성의 행보와 달리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해지면서 국내 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정부는 법인세율을 최고 25% 올리고 최저임금도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하는 등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기업들이 국내 보다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에선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는 등 글로벌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와 반대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숨통을 막는 각종 규제는 곧 국내 시장 탈출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투자가 줄어드니 내수가 감소하고 고용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산업 육성 위한 기업-정부 공동 플레이어 나서야

한국은 반도체 불모지에서 끊임없는 혁신으로 메모리 반도체 1위 강국으로 도약했다. 삼성은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이 보다 1.5배 시장이 크고 경기 변동 영향도 적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차기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은 지난 4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늘어나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삼성의 투자는 단일 기업만의 역량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시스템반도체는 대량생산 위주의 메모리와 달리 다품종 맞춤형 제품 위주여서 이를 충족시킬 만한 설계기술과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또 산업 특성상 민간 투자와 함께 생태계 전반을 구축하는 인프라 지원이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도 삼성의 투자에 호응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의 발표 이후 지난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정부도 분야별로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국민과 기업들이 과감하게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에너지와 안전, 국방, 교통인프라 등 수요 전방에서 2030년까지 2600만개, 24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삼성전자가 받을 세액공제는 단순 계산으로만 최대 25조원이다.

다만 선두그룹인 글로벌 기업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의 경우 퀄컴 등 미국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팹리스 투자와 함께 인재 확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초격차 기술로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단 기업 역량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0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국내 팹리스업체들이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사물인터넷, 기계·로봇 등 5대 전략 분야를 선정, 수요기업과 팹리스업체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육성·조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 시장 선점을 위한 근무시간제도 완화도 거론된다. 창의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주 52시간에 얽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처럼 초기단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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