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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성장사다리 '개량신약', 국내선 미운오리새끼


입력 2019.11.05 06:00 수정 2019.11.04 20:21        이은정 기자

제네릭과 동일 취급해 약가인하..국제 흐름 이해 부족

신약개발로 가는 중간과정으로 이해해

제네릭과 동일 취급해 약가인하..국제 흐름 이해 부족
신약개발로 가는 중간과정으로 이해해야


개량신약으로 앞서가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한미약품을 꼽을 수 있다. 국내 1호 개량신약인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국산 의약품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처방됐다. ⓒ한미약품 개량신약으로 앞서가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한미약품을 꼽을 수 있다. 국내 1호 개량신약인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국산 의약품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처방됐다. ⓒ한미약품

제약바이오산업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표와는 달리 제약산업 성장의 밑거름인 개량신약은 아예 홀대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량신약을 제네릭과 똑같이 취급해 약가를 인하하는 등 국제적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거꾸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약효가 유사하지만, 약효를 잘 내도록 하는데 필요한 물성을 변경하거나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제형으로 개량한 약을 말한다. 기존 신약보다 효능증대 또는 부작용 감소, 유용성 개량, 의약기술의 진보성 등을 입증할 경우 개량신약으로 인정받는다.

개량신약은 국내 제약기업이 혁신신약을 만들어 나가는 중간 사다리이자 캐시카우(현금창출) 역할을 한다. 특히 신약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데다 개발 비용과 개발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15년이 소요되고 개발 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 반면 개량신약은 5~7년이 걸리고, 10~40억원 정도 필요하다.

연구개발(R&D)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제약사의 경우 개량신약 과정의 기술 습득을 통해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에서 신약 개발로 전환해 가는 중간 단계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개량신약으로 앞서가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한미약품을 꼽을 수 있다. 국내 1호 개량신약인 한미약품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국산 의약품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처방됐다. 아모잘탄은 고혈압 치료제의 두 가지 성분(로사르탄, 아모디핀)을 섞어 효능을 업그레이드한 개량신약이다.

단일 고혈압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고혈압 환자에게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여 매년 33만명이 복용 중이다. 최근에는 이뇨제 성분과 고지혈증 치료 성분을 더한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큐도 출시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지혈증 복합제인 로수젯정,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 아모디핀정(고혈압) 등이 한미약품 매출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제약산업 성장사다리 걷어차는 정부

우리나라는 2008년 개량신약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2013년 약가 우대기준을 신설, 신약과 제네릭 중간 가격을 산정해 동기부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개량신약을 제네릭과 동일 취급해 약가 가산을 제한키로 해 제약사들의 개발 의지를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제네릭이 등재되면 최초 1년간 가산을 부여하고, 해당 성분을 생산하는 회사가 3곳 이하면 가산기간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2020년 7월 시행 예정인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제네릭 등재 후 최초 1년간 가산을 부여하고, 이후 동일성분을 생산하는 회사가 3곳 이하면 가산기간은 최대 2년까지만 유지된다.

여기에 제약사가 가산기간 연장을 원할 경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2년 내에 가산비율 조정 및 가산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한이 없던 약가 가산 기간이 최대 5년으로 축소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제도개편안이 개량신약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제약사 중 25개사는 168개의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곳은 한국유나티드제약과 종근당으로 각각 22개를 갖고 있다. 한국콜마와 보령제약이 각각 14개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 개량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내년부터는 기존과 같은 약가가산 혜택은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개량신약을 주목하는 추세다. 글로벌개량신약연구개발센터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최근 10년간 허가된 신약 중 개량신약 허가 비율은 70%, 신약허가 비율은 22%정도다. 영국 기업 아스트라제네카는 위염치료제 오메프라졸의 개량신약인 ‘넥시움’으로 세계 30위권 제약사에서 10위권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잘 만든 개량신약은 열 혁신신약이 안 부럽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개량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지원해주진 못할 망정 연구개발에 힘 쏟는 기업들의 의지를 꺾는 정책이 나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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