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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고객들 잡아라" 은행들 장기 예금 '쟁탈전'


입력 2019.09.11 06:00 수정 2019.09.10 22:33        부광우 기자

4대銀 3년 이상 정기예금 2조8979억…1년 새 2000억 이탈

기준금리 추락에 영업 난항…예대율 규제 강화 앞두고 고민

4대銀 3년 이상 정기예금 2조8979억…1년 새 2000억 이탈
기준금리 추락에 영업 난항…예대율 규제 강화 앞두고 고민


국내 4대 은행 잔존기간 3년 초과 정기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잔존기간 3년 초과 정기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3년 넘도록 확보하고 있는 장기 정기예금이 1년 동안 2000억원 가까이 줄며 3조원대 아래까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주춤하는 사이 다른 곳들이 빈자리를 파고들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추락으로 관련 영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대율 규제 강화로 예금 확대가 절실해진 은행들로서는 고민이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잔존기간 3년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2조897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16억원) 대비 6.0%(1837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장의 독보적 선두인 국민은행의 같은 조건 정기예금 규모는 이 기간 1조6050억원에서 1조3711억원으로 14.6%(2339억원)나 줄었다. 신한은행의 3년 이상 정기예금 액수 역시 7183억원에서 5196억원으로 27.7%(1987억원) 급감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을 4767억원에서 6306억원으로 32.3%(1539억원) 늘리며 신한은행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우리은행도 2816억원에서 3766억원으로 해당 정기예금이 33.7%(950억원) 증가했다.

앞으로 은행들의 예금 영업은 계속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제공할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객의 돈을 오랜 기간 유치해야 하는 장기 예금 확보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은행들의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금리는 1.69%로 전달(1.79%)보다 0.10%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이자율은 2017년 10월(1.6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 평균일 뿐 지난 달부터 대형 시중은행들은 1%대 초반 금리의 정기예금 신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의 최근 기조 상 이런 흐름은 당분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뀐 상태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는 일단 동결을 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각각 한 차례씩 두 번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사상 최초로 1%까지 떨어지게 된다.

낮아지는 기준금리로 인한 예금 위축이 은행들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이유는 예대율에 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은행은 추가 대출을 제한받게 된다.

지금보다 훨씬 잣대를 높인 예대율 규제 시행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은행들의 걱정을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예대율 계산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은행들의 예대율은 대부분 90% 후반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예대율은 평균 97.2%에 이른다. 국민은행이 97.7%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0% ▲우리은행 96.9% 등 순으로 모두 97% 안팎을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강화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에게 예금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영업이 만만치 않은 여건"이라며 "상대적으로 예대율 관리에 유리한 장기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은 은행들의 짐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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