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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손현주 "사극 트라우마, '광대들'로 극복"


입력 2019.08.25 09:14 수정 2019.08.25 09:36        이한철 기자

풍문조작단 기획자 한명회 역 열연

"첫 느낌? 이게 가늘할까 싶었다"

배우 손현주가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손현주가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죠.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촬영하면서 사극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어졌어요."

손현주는 데뷔 초기였던 1991년 KBS 대하드라마 '삼국기' 촬영 도중 말에 밟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몸보다 더 크게 다친 건 마음이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감독의 한 마디 '야 쟤 치워'는 손현주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후 손현주는 자연스럽게 사극을 하지 않는 배우로 인식됐다.

그런 그가 모처럼 사극에 몸을 던졌다. "사극을 하면 왕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왕은 아니지만, 영의정이라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물론 밖에서 행사가 있긴 했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죠."

21일 개봉한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손현주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오랜 기간 남아 있던 사극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손현주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통해 오랜 기간 남아 있던 사극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 작품에서 손현주는 세조를 왕위에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조선 최고의 지략가 한명회 역을 맡았다. 왕인 세조조차도 감히 건드릴 수 없을 만큼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로 왕위에 정당성을 역사에 남기고 하늘의 뜻이 임금에게 있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선 팔도의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를 섭외하고 거대한 판을 기획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땐 '이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아무리 영화라지만 과연 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그러한 의구심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스토리가 그의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명회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졌지만, 광대들을 갖고 노는 한명회는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재미가 있었죠."

뾰족한 귀와 두터운 긴 수염, 상대방을 압도하는 매서운 눈빛의 그는 심상치 않은 다크포스를 발산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굉장히 깊은 내공을 가진 배우 분이 반드시 이 역할을 맡아 주시길 바랐다"고 밝힌 김주호 감독의 뜻대로 손현주는 29년간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을 가감 없이 발휘한다.

손현주는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운 작품으로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손현주는 무게를 내려놓고 가벼운 작품으로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명회는 기골이 장대하고 되게 오래 살았어요. 보통 사람이 아니었죠. 하지만 사료에 있던 것만 가지고 영화를 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가미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진실과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했어요."

특수 분장과 CG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백미다. 영화 내내 다양한 CG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당연히 CG로 할 것만 같았던 일부 장면은 실사로 촬영됐다. 배우들로서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지만, 작품에 현실감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됐다.

"후반부 불이 나는 장면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볼 땐 당연히 CG로 할 줄 알았는데 실사로 촬영했어요. 무더위에 일주일 넘게 촬영하는데 배우랑 말은 죽을 것 같았죠. 하도 뜨거워서 특수분장한 귀도 녹을 정도였어요."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는 데뷔 29년차 '연기 장인'이다. 그만큼 그에게는 어렵고 무거운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손현주는 무게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 손현주의 모습도 팬들도 기대하는 바다.

"최근 들어 의도치 않게 무거운 역을 많이 했어요. '저스티스'를 마지막으로 조금 편안한 작품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싸움 그만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도 하고 싶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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