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쇼크' 시중은행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수술대'

실시간 뉴스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23일 21:17:40
    'DLS 쇼크' 시중은행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 '수술대'
    채권 금리형 파생상품 평가 손실 직면…우리·하나은행만 8000억
    예고된 태풍? 수수료 드라이브 '역풍'…수익 구조 재편 '불가피'
    기사본문
    등록 : 2019-08-20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채권 금리형 파생상품 평가 손실 직면…우리·하나은행만 8000억
    예고된 태풍? 수수료 드라이브 '역풍'…수익 구조 재편 '불가피'


    ▲ 국내 4대 은행 비이자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추진해 오던 수익 구조 재편 전략이 파생결합증권(DLS) 쇼크로 인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이자 장사에 목을 매는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非)이자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은행들의 강박감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배경으로 지적되면서다. 기준금리 추락으로 이자 마진 개선이 힘들어지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펀드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한 DLS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보유한 이 같은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이 4012억원, KEB하나은행이 3876억원 등 총 788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만기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이들 상품의 총 손실률은 56.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9~11월 만기가 돌아오는 우리은행 독일 국채 금리 연동 상품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해당 상품의 판매 잔액은 1255억원으로 만기까지 예상 손실률은 무려 95.1%로 예상된다.

    신한·국민·NH농협·IBK기업은행 등은 위험을 감지하고 조심스런 행보를 가져간 덕분에 화를 면했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운용사를 통해 관련 상품 판매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이 같은 DLS 판매에 나서지 않아 왔다.

    일부 은행들이 공격적인 DLS 영업에 나섰던 배경으로는 비이자이익 늘리기를 위한 실적 압박이 꼽힌다. 대출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이자 마진 증대가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대안으로 비이자이익 개선에 주력해왔다.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거둔 비이자이익은 총 1조98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795억원) 대비 5.8%(1090억원)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익 기간이 1년 안팎인 DLS와 같이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들이 비이자이익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돼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 비이자이익의 핵심은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다. 그런데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들은 잦은 매매로 판매 수수료가 자주 발생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데 유리하다. 또 리스크가 커 상대적으로 수수료율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내부 평가지표에서 비이자이익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은행 직원들이 수수료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을 많이 취급할 개연성도 함께 커졌다"며 "상품 특성 상 상대적으로 많은 수수료가 발생하는 DLS 등 파생상품이 주목을 받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DLS 사태가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험이 높은 금융 상품들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 비이자이익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은행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수료가 큰 상품들의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수수료 확대에 차질이 생기면 은행들로서는 비이자이익 개선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도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이자율 하락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 함께 위축될 공산이 큰데다, 투자로 이를 만회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은행들 입장에선 이중고가 염려되는 대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보다 이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초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생상품이 더 이상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개인 목돈 관리용으로도 주목을 받으면서 관심이 커졌는데, 최근의 DLS 사태로 인해 금융사와 고객 양쪽에게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떨어지는 기준금리에 이자 마진까지 확대하기 힘든 여건이 조성된 와중 비이자이익 부분에서도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은행들로서는 이익 포트폴리오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