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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파장] 한국 경제 '비상구'가 없다


입력 2019.08.02 11:29 수정 2019.08.02 13:05        박영국 기자

中 사드 보복, 美-中 무역분쟁 이어 日 백색국가 제외 악재 겹쳐

외교적 노력에 기업 버틸 수 있는 강력한 지원책 필요

中 사드 보복, 美-中 무역분쟁 이어 日 백색국가 제외 악재 겹쳐
외교적 노력에 기업 버틸 수 있는 강력한 지원책 필요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중국 사드 보복,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이번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다. 한국을 둘러싼 세계 3대 경제 강국들과의 교역 여건이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7일 공포하고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화이트리스트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국가 명단이다. 한국은 2004년 이 리스트에 포함됐으나 여기서 빠지는 첫 국가로 기록됐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해당 물품이나 기술 수출의 전면 제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숨은 의도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이고, 한국 산업에 타격을 입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 소재에 대해 여러 구실을 대가며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금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해 국내 주력 산업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을 때부터 우리 산업계는 대체제 마련 등 대응책에 나섰지만 품목별로 타격은 불가피하다.

일본이 첨단 소재·원료와 제조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우리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과 제품을 생산하는 국제적인 공급 사슬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이 강점을 가졌던 분야의 대체재를 찾아내거나 국산화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가 공급사슬에서 도태되고 다른 국가로 대체될 우려도 있다.

한국 경제는 이런 돌발 사태를 의연하게 극복할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제 실험’을 하느라 대기업들부터 소상공인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내수 시장은 더 떨어진 소득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경제를 뒷받침해주기 힘든 상황이다.

수출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등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의 비정상적인 호황’이라는 착시효과를 제거하면 침체 기간은 더 길다.

일본의 공세 이전에도 대외 불확실성은 상존했었다. 자동차 산업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여파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이른바 ‘트럼프발 관세폭탄’인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법이 발효돼 25%의 관세가 붙을 경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사실상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은 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양국간 무역장벽 구축이 심화될수록 우리나라가 입는 타격도 크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가뜩이나 흔들리는 한국 경제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것과 다름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는 일본 수출규제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숫자다. 이번 사태로 실물경제 활동 위축이 표면화될 경우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나만 불거져도 극복하기 힘든 악재들이 연달아 터지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며 “정부는 대외 악재들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외에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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