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듀타운에 학교가 없다”…전농7구역 학교부지 13년째 방치

이정윤 기자

입력 2019.08.01 06:00  수정 2019.08.22 11:22

교육청, 학력인구 감소 등 학교 유치 기준에 맞지 않아

구청, 교육청 허가없인 어려워…“다른 시설 지어주겠다”

지역주민, 학교 없어 이사 가는 상황…추가 인구유입 감안해야

교육청, 학력인구 감소 등 학교 유치 기준에 맞지 않아
구청, 교육청 허가없인 어려워…“다른 시설 지어주겠다”
지역주민, 학교 없어 이사 가는 상황…추가 인구유입 감안해야


지난 30일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에서 열린 전농7구역 학교부지와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정윤 기자

전농‧답십리뉴타운 전농7구역에 13년째 방치된 학교부지문제를 두고 동대문구청, 서울시교육청, 지역주민 등 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농‧답십리뉴타운은 교육특화 ‘에듀파크’를 콘셉트로 개발됐지만, 인근에 마땅한 고등학교가 없어 40~50분이 넘는 거리로 통학을 하거나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은 향후 몇 년간 신규 아파트단지 입주가 이어지면서 추가 인구유입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은 13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동부학교군으로 묶이는 동대문구‧중랑구 지역에 학교가 이미 충분하다며 학교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동대문구청은 학교 신설이 어려울 경우 학교부지에 문화시설 등 새로운 시설의 유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7구역 학교부지와 관련해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구을), 정해철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구3)과 지역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저녁 7시30분 전농초등학교에 모여 토론회를 개최했다.

케케묵은 문제인 만큼 토론회장은 부모님을 따라온 어린 아이들부터 지팡이를 짚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워졌다.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은 2003년 본격적인 뉴타운 개발에 들어가면서 젊은 층 인구유입을 위해 ‘에듀파크’를 테마로 잡고, 특수목적고와 영어마을 등을 유치해 국제교육의 중심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6년 전농7구역을 도시계획시설 학교용지로 결정했다.

이후 전농7구역의 학교 유치는 13년간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현재까지 아파트 단지들에 둘러싸인 빈 공터로 남아있다.

13년째 방치된 채 풀만 무성이 자라있는 전농7구역 모습. ⓒ전농답십리고등학교추진위


이날 토론회에서 유 구청장은 “전농7구역은 2006년에 학교부지로 고시가 된 이후 13년이 돼가고 있다”며 “구청장 선거를 3번 치르며 이 곳에 학교 유치를 공약으로 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죄송하다”며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동안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 계속 거절하고 있어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며 “대신 학교부지에 다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서울시에서 시 예산으로 뭐든 지어주겠다고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약속했다”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유치를 거절하는 이유로 정 국장은 “청량리, 전농동, 답십리, 휘경동 등에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밖에 인근 동대문구 지역들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교 설립이나 배정의 기준은 학군으로 나뉘는데 동대문구와 중랑구를 하나의 학군으로 본다”며 “이 지역 안에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이내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학 30분의 기준에 대해 묻자 정 국장은 “개별 세대마다 상황이 따라 다를 순 있다”며 “다만 교육청에서 주민센터를 기준으로 통학시간 실사를 하고 검증한 것이다”라고 답하자 주민들의 비난과 야유의 함성이 쏟아졌다. 주민센터를 통학 기준점으로 잡은 것은 아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동대문구의 학생 수는 현재 대비 2023년에 약 16%가 감소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또 2011년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전농7구역의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현재 구청과 교육청이 학령인구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농동과 답십리동은 인근에 ‘래미안크레시티’(2013년, 2397가구), ‘래미안위브’(2014년, 2652가구), ‘래미안미드카운티’(2018년, 1009가구) 등 대단지가 속속 입주를 시작하면서 학력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대문구 전체에 고등학교는 8곳뿐이며, 이 중에서 해당지역 인근에 위치한 학교는 해성여고와 동대부고 등 2곳에 그친다.

더구나 최근 동대문구에는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2023년, 220가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2023년, 1152가구),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2023년, 1425가구) 등이 비슷한 시기에 입주가 예정돼 있어 추가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래미안위브에 살고 있는 30대 주민은 “이 곳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은 다닐 학교가 없어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며 “교육특구로 만든다고 해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집 근처에 학교가 없어 50분 넘게 아이들이 통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학교 때문에 이사를 갈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한다”며 “앞으로 상당한 인구유입이 예정된 상황을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초구와 성동구 등에는 학교가 추가·신설 됐음에도 동대문구에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다.

한편 3시간여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이달께 동대문구청과 서울시교육청 TF팀과 주민대표들의 추가 회의를 약속한 후 마무리됐다. 향후 진행될 추가 회의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참석해 전농7구역 학교 유치 문제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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