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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국·범죄 온상' YG의 몰락, 양현석만 몰랐다


입력 2019.07.14 11:00 수정 2019.07.14 13:42        이한철 기자

'마약·성접대' 갖가지 잡음에 '범죄 온상' 오명

모르쇠 일관하며 키워낸 제국, 뒷감당조차 쉽지 않아

'마약·성접대' 갖가지 잡음에 '범죄 온상' 오명
모르쇠 일관하며 키워낸 제국, 뒷감당조차 쉽지 않아


양현석의 몰락은 201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온 그의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데일리안 DB 양현석의 몰락은 201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온 그의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데일리안 DB

의혹은 커져가는데 처벌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양현석은 팀 해체 이후 제작자로 변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 걸출한 아이돌을 배출하며 YG엔터테인먼트를 SM, JYP와 함께 연예 산업을 이끄는 3대 기획사로 키워냈고 그는 연예계 최고 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가를 높여가던 그의 한 마디는 가요계에서 곧 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잇단 소속 연예인들의 논란은 끝내 양현석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의 손으로 키워온 논란들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왜 처음부터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걸까.

시작은 YG 성장의 밑거름이 된 그룹 빅뱅의 핵심 멤버 지드래곤이었다. 2011년 일본의 한 클럽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논란을 빚은 것. 2014년에는 걸그룹 2NE1의 박봄이 암페타민 성분이 함유된 아데랄을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여기에 승리가 운영에 참여한 클럽 버닝썬이 마약 유통 창구로 지목되면서 YG의 몰락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다.

양현석은 결국 그룹 아이콘의 전 리더 비아이가 환각제 구매 의혹 사건을 무마하고 수사기관과 유착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석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꺾일 줄 모르던 YG의 기세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그룹 빅뱅은 YG를 키운 원동력이었지만, YG 몰락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 YG엔터테인먼트 그룹 빅뱅은 YG를 키운 원동력이었지만, YG 몰락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 YG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 모든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대중들은 끊이지 않는 마약 의혹에 YG를 '약국'이라 부른지 오래였다. 그 책임은 결국 양현석의 것이었지만, 그 자신은 이를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YG가 각종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은 한결 같았다. 지드래곤 사태 때는 "대마초인지 모르고 피웠다"는 해명했고, 박봄 사건에는 "박봄이 앓았던 병력으로 미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전달받는 과정에서 세관에서 문제가 됐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제대로 된 경찰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지만,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고 믿은 건 YG 엔터테인먼트와 수장 양현석뿐이다. YG가 '약국 오명'을 쓴 것도, 경찰과의 유착 의혹에 휩싸인 것도 이때부터다.

양현석은 자신의 영향력이라면 무엇이든 막아낼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착각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양현석은 뒤늦게 빅뱅 승리, 아이콘 비아이와 계약 해지를 발표하며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강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했다. YG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다른 소속 연예인들에게 이적을 종용하는 등 대중의 목소리는 YG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양현석은 지난 20여 년간 인성보다 실력, 자유로운 생활을 강조했다. 그의 지론은 '실력보다 인격이 먼저'라는 박진영의 소신과 대조되곤 했다. 하지만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난 일탈을 방관해온 양현석의 태도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의 몰락은 인과응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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