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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진화 나섰지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배팅' 돌입


입력 2019.06.06 06:00 수정 2019.06.06 02:15        부광우 기자

금통위 소수의견 나오자마자 국채 금리 '뚝'

미국 금리 인하까지 가시화…한은 압박 고조

금통위 소수의견 나오자마자 국채 금리 '뚝'
미국 금리 인하까지 가시화…한은 압박 고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국내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 지금으로서는 기준금리에 손을 댈 뜻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미 저울질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까지 가시화하면서 한은이 받게 될 압박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5년물,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1.587%, 1,605%, 1.682%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1.719%, 1.714%까지 떨어졌다. 이로써 1년물부터 50년물까지 모든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이는 같은 날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이 등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또 다시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제시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에 모아졌다. 올해 열린 모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려오던 금통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견이었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시그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수의견으로 당장 생기는 변화는 없지만, 멀지 않은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오자마자 국채 금리가 일제히 떨어진 것은 시장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며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이어져오던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며 "올해 4분기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는 가운데 11월보다 10월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보다 앞선 지난 달에 이미 국내 채권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0조5784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 관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반대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같은 달 3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 달 코스피 시장에서 2조480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해 10월(3조9988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였다. 코스닥에서 역시 57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외적 여건도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은의 짐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금리 인하를 일축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를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시그널을 내보인 점은 부담이다. 최근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세계 경제 및 금융 전개 상황이 중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내면 현재 금리에 대한 입장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들의 금리도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다음 달에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도 지난 달 금리를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둔화 흐름이 짙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주장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연준의 이른바 기준금리 인내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가시화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하향을 기반에 둔 시장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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