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과 유시민, 그들의 문제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04.10.02 10:31  수정 2004.10.02 10:31

두 사람의 공방, 씁쓸하고 무책임

연습삼은 국가경영, 부패한 정치인들보다 더 사악

강준만은 <김대중 죽이기>와 <노무현과 국민사기극>라는 책을 집필하고 또 그 책들을 통해 공개적으로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때문에 강준만은 본의 아니게 ´킹 메이커´ 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보수우파에서 진보좌파로 기울어진 데에는 전적으로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의 당선에 기인된 결과라고 본다. 그리고 두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공로자는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와 강준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은 자그마치 천만권이 넘게 팔렸는데 그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은 한국의 현대사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판단했고 보수우파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느꼈다. 또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이란 잡지는 70년대의 <사상계>와 같은 위상을 갖고 젊은이들의 정치적인 마인드를 빠르게 혁신시켰다. 조정래의 소설과 강준만의 진보논리에 경도된 젊은이들은 마침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성취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김대중의 당선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노무현의 당선은 진보논리에 경도된 젊은 세대의 인터넷 혁명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정보를 공유하며 익명으로 토론하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기존의 고루한 정치문화에 강한 혐오감을 드러냈고 기성세대의 틀에 박힌 원칙과 질서를 거부하였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수우익을 무슨 기득권처럼 고수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행태가 온갖 위선과 타락, 그리고 부패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바로 그렇게 구역질나는 정치꾼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요, 승리였다. 젊은이들은 열광했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통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정치는 더 이상 따분한 메뉴가 아니었다.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구별이 따로 없었다. 모두가 논객이 되어 국정을 토론한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실현인가! 그러나 그 이상적인 공간에서 대통령은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그들만의 우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시한부 절필을 선언했던 강준만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꺽었던 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강준만은 "노무현은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다. 그는 어느새 어설픈 ´마키아벨리´가 되었다. 조악한 이분법을 휘두르며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선동가가 되었다" 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나는 강준만의 그런 지적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강준만은 민주당에 등돌린 노무현의 배신에 분노하여 그런 해석을 했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그런 이유들과 상관없이 노무현의 국정운영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

필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을 지지했지만 그러나 노무현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의 정치 지향성이 싫었지 노무현은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선입견은 그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에 무지했기에 빚어진 허상이었다. 나는 그가 <노사모>를 선동하고 <서프라이즈>와 같은 인터넷 정치 포탈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경악했다. 아니,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을 우상처럼 떠받들면서 정쟁(政爭)을 밥벌이로 삼는 정치논객들과 한패가 되어 난리 부르스를 출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건 비단 노무현뿐이 아니라 현 집권세력의 공통점이었다. 현 집권세력은 상대의 모든 심리적인 약점을 들추어 폭로하고 차별화 시킴으로서 자신들의 정치목적을 달성하려고 든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은 강준만의 지적처럼 ´마키아벨리´가 되었다. 강준만은 "자신들은 선이고 다른 집단은 악이라는 식의 싸움질로 분당(分黨)을 했다" 면서 민주당을 배신한 열우당의 배은망덕과 기회주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강준만은 또 노무현의 지지세력들이 문제의 핵심은 외면하고 "너 어느 편이야? 그것만 말해!" 하고 다그치는 그 광기 앞에서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그는 유시민을 지적한다. "유시민에게서 부끄러움의 능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는 지금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면 노 정권이 무너진다는 ´독수리 5형제´ 정신으로 충만하다. 그에게 있어서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며, 그것도 혈투다" 라고 독설을 퍼부어 댔다. 우정이 깊었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강준만의 독설에 대한 유시민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유시민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강준만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 면서 "그러나 지식인으로 조사연구하고 발언하는, 선생님 나름의 방법과 진지한 자세에 대한 저의 존경심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고 응답했다. 휘어지지 않으려는 강준만에 비하여 매우 탄력적이고 여유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유시민은 강준만의 지적에 부분적인 동의를 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그런 면이 폭발적인 양상으로 노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유시민은 또 강준만의 속마음을 어루만지듯이 민주당의 몰락을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자기에게 부여된 역사적 과제를 다한 뒤 소멸하는 중입니다. 그 소멸이 재창조를 통해 이루어졌더라면 훨씬 아름다웠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민주당의 소멸을 추하게 만든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라고 타협, 또는 회유(?)를 감행한다. 유시민은 강준만에게 확실히 꼬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그것이 전혀 비굴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승자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 때문일까?

유시민은 자신을 정치인으로, 강준만을 지식인으로 영역을 구분한 뒤 열우당에 대한 강준만의 부정적 평가가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열우당이 이 일을 해내는 데 실패한다면 강준만의 평가와 비판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이 피할 수 없는 ´적대적 긴장관계´를 우리 두 사람 모두 당분간은 견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라는 말로 강준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마무리짓는다.

필자는 두 사람의 공방(攻防)을 보면서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말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국가경영은 무슨 한풀이나 이념시험장이 아니지 않은가? 수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담보된 국가경영을 무슨 연습삼아 한다면 그들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국가경영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의 부패한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사악한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걸 잘 알면서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더 교활하고 지능적인 중범죄인 것이다.

정치라는 게 워낙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고 권력이라는 게 돈과 섹스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중독성이 강한 것이라서 이론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민주당이 옳았느냐, 열우당이 옳았느냐 하고 따질 때인가? 친일파냐, 아니냐 하고 따질 때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거기다가 경제는 최악이다. 만약 현 집권세력이 대한민국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린다면 유시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강준만도 그 책임에서 면할 길이 없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오늘을 배우고 내일을 바라본다. 과거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옳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서 잘잘못을 따지고 한풀이를 하려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강준만은 그런 점에서 아직도 멀었다. 그는 현 집권세력의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자기연민에서 나온 엄살이라는 점이다. 그의 한계일 수밖에 없겠지만 진중권의 표현대로 그는 지역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며 그런 사람이 21세기를 맞이하는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한때나마 지배했다는 것은 대단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데안토 자유토론방 ´베리타스´ 님의 글

이 글은 데일리안 토론방에 네티즌이 쓴 글 입니다. ´토론이 있는 인터넷신문´ 을 표방하고 있는 데일리안은 네티즌 글을 비중 있게 취급해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도출코자 합니다. 위의 글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당부 드립니다. 특히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 나라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장이 아주 어긋나거나,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균형감각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일부 수정할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써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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