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선거 개입시도 노골화 상황 속 남북정상회담 성사
구체적 의제설정이 과제, "판흔들기라면 역풍 각오해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좌)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우)이 5일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 를 교환하고 있다.
남북은 아직 구체적 의제설정에 합의치 않았지만 그동안 북한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투쟁을 세차게 전개해야 한다"고 하는 등 노골적인 대선개입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이뤄지는 정상회담이어서 부적절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
8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범여권에서는 "대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둔 명백한 판흔들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7월 우리 측 제안 북에서 받아들여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지난달 우리 측이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제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사실 국민보고 청와대 국가정보원, 통일부 공동회견´을 통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지난달 우리 측은 남북관계 진전 및 현안상항 협의를 위해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우리 측 제안에 북측은 지난달 29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8월 2~3일간 김 국정원장이 비공개로 방북해 줄 것´을 공식요청했고, 이에 따라 김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2차례에 걸쳐 비공개 방북하게됐다.
김 원장에 따르면 1차방북(8월2~3일) 당시 김 통전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중대제안 형식으로 "8월 하순 평양에서 수뇌상봉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아울러 정상회담 개최 제의 배경에 대해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노 대통령을 만날 것을 결심했으나 그동안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했다"면서 최근 남북관계 및 주변정세가 호전되고 있어 현 시기가 "수뇌상봉의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것.
김 통전부장은 김 원장에게 가급적 빠른 시일내 국정원장이 재방북, 남측의 동의 여부를 공식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원장은 지난 3일 서울로 돌아온 뒤 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 북측 제의 수용을 지시받았다.
김 원장은 지난 4일~5일 2차 방북에서 북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다´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 통전부장은 이를 김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은 이달 28일부터 30일가지 평양에서 제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합의서를 김 원장과 김 통전부장 명의로 나누게 됐다.
김 원장은 그러나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해 놓고 2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 측은 정상회담의 문은 열려있다. 장소와 시기문제는 언제고 어디에서고 좋다라는 입장을 밝혀왔고, 북측이 노 대통령을 잘 모시기 위해서는 평양이 가장 의미있는 장소가 되겠다고 제의해와서 평양에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의제도 없이 급조?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합의된 남북정상회담 개최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군불때기를 지속해왔고 노 대통령도 잇따른 기자회견과 발언을 통해 근본적으로 정상회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음을 밝혀왔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면 추진여부를 부인해왔던 것.
청와대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7일자 중앙일보의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개최 보도와 관련,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4자 정상회담이 아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형식만 달랐을뿐, 극적인 한반도 빅뱅 흐름은 감지된 셈이다.
사실상 노 대통령의 대북특사 역할을 담당했던 이해찬 전 총리는 방북 후 빠르면 ´6월 정상회담´, 늦어도 ´8월 정상회담´이 열릴 것임을 강력시사했었고 안희정씨의 비선대북접촉 논란 등도 있어왔다.
정상회담 군불때기 보다 더욱 우려됐던 것은 북한의 남한 선거개입시도 노골화.
북한은 그동안 각종 관영 매체를 동원해 일방적으로 한나라당을 겨냥해왔고,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은 지난 6월 "한나라당의 반(反)공화국 대결의식, 전쟁의식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며 "남조선 인민은 한나라당에 대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같은 달 노동신문 사설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투쟁을 세차게 전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평양에서 열린 6.15 공동성명 7주년 행사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주석단 입장을 둘러싸고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초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반보수 대연합을 구축해 보수세력의 결탁과 도전을 분쇄하자"고 바람을 잡았다. 선거가 임박하자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가 되니 열린우리당을 찍으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했다.
올 들어서는 "이명박이 권력을 잡으면 전쟁의 불구름이 밀려올 것"이라는 등 특정 후보를 겨냥한 ´낙선 운동´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남북이 만나는데는 합의했으나 결국, 대선을 앞두고 어떤 의제를 설정할 지가 난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군사적 한계를 넘어 종전선언 등 한반도 냉전체제를 걷어내는 데 합의한다면 이른 바 북풍은 메가톤급 파워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벤트성 만남에 그친다면 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공동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북측과 준비접촉을 통해 충분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구체적 의제를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지 현재 설명할 수 없지만 구체와 되는데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각계인사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두어 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국민여론과 의견을 수렴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자문단은 대통령 통일고문회의를 축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여론 수렴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시기·장소·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면서 “계속 군불을 지펴왔으니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앞둔 마당에 무슨 흥정과 거래를 하려고 남북정상회담을 하는지 모르겠으며 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임기 말의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또 다시 평양이라는 장소에서 밀행적 절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 대변인은 이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면서 “대선을 4개월 정도 밖에 남겨놓지 않은 터에 선거판을 흔들어 정권교체를 막아보겠다는 술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 저의를 의심했다.
그는 “대선용 이벤트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켜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헛된 기대를 접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경우)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여서 남북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의 메가톤급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 현재로써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혀 주요 의제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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