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각막받은 원숭이, 1년 이상 정상 기능 유지

이소희 기자

입력 2018.06.27 16:19  수정 2018.06.27 16:22

농진청 “국내 ‘각막 이종 이식’ 연구, 인체적용에 한 발 더 가까이”…국제 임상기준 충족

농진청 “국내 ‘각막 이종 이식’ 연구, 인체적용에 한 발 더 가까이”…국제 임상기준 충족

우리나라의 이종(異種) 간 각막 이식 연구가 인체 적용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5월 돼지(믿음이) 각막을 이식 받은 원숭이가 27일 현재까지 면역억제제 없이 1년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사람에 대한 이종 간 이식 임상시험은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정성 확보를 위해 8마리에 이식해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 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이 중 1마리는 12개월간 이식 받은 각막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종 이식을 하게 되면 매우 치명적인 거부 반응이 발생하게 돼, 이를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면역억제제의 역할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병원균이 들어와도 면역 기능이 약해져 이종 이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염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농진청은 1년 이상 기능을 유지한 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앞서 이식한 2마리도 면역억제제 없이 6개월 이상(202일, 234일 생존했음) 기능을 유지했고, 이번 이식을 포함해 현재 3마리가 기준을 충족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각막 이식 수술 과정. ⓒ농진청

이번 연구는 건국대학교병원 윤익진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는 우선 농진청에서 개발한 이종 이식용 돼지인 ‘믿음이’를 대상으로 각막을 받아 수술은 회복 기간과 부작용이 적은 것이 장점인 부분층 각막 이식 방법으로 진행했다. 이는 실제 사람에게 시행하는 방법이며, 수술 후에는 2개월간 안약만 넣었다.

‘이종 각막 이식 후 정상 기능 유지’라는 의미는 거부반응 없이 각막의 투명성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동물의 시력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거부 반응과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각막 혼탁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력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시력 부분은 무세포 돼지각막실질을 사람에게 이식한 중국의 논문에서 시력의 향상이 관찰됐다는 발표에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각막 이식 결과에 대해 윤 교수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면역억제제 없이 원숭이가 1년 이상 기능을 유지한 것은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고려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결과다.”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의 신기철 안과 교수도 “사람 간 이식에 사용하는 정도의 안약만으로 기능이 유지될 때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번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양창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원장은 “국민의 의료 복지를 높이기 위해 그간 이종 이식 연구를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추가 이식해 이종 이식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 임상시험이 가능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농진청 외에 서울대학교가 일반 돼지의 전층(상피층, 각막실질, 각막내피세포층) 각막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900일 이상 생존하는 성과를 냈으며, 중국에서는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를 없애는 전 처리를 거친 일반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고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 최소 8마리의 원숭이에 각막을 이식해 좀 더 확실하게 안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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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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