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WTO 제소 검토" 지시에…산업부 "미국 최종결정 이후"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2.19 18:57  수정 2018.02.19 19:01

미국 정부 최종결정 이전은 '아웃리치' 주력

"WTO 제소 언급으로 자극할 필요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미국 정부 최종결정 이전은 '아웃리치' 주력
"WTO 제소 언급으로 자극할 필요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 이전까지는 강경 대응보다는 아웃리치(외부접촉)에 주력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면서 “불합리한 보호무역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FTA 개정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그동안은 통상 문제가 직접적으로 불거지지 않았기에 WTO에 제소하지 않았지만, 이번(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권고)에 통상마찰 형태로 크게 불거졌기 때문에 WTO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굳이 강경 대응을 언급하며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앞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관세를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권고안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1안 ▲한국을 비롯, 중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베트남, 태국, 남아공, 이집트,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2안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의 63%에 해당하는 수준의 쿼터를 설정하는 3안 등이 담겨 있다.

강 차관보는 ‘WTO 제소 검토’의 전제조건을 ‘3개 권고안 중 우리 철강업계에 가장 치명적인 2안이 선택될 경우’로 한정했다. 현 시점에서는 검토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산업부는 정부가 WTO 제소를 본격 논의한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대한 WTO 제소 방침을 결정한 바 없다”면서 “지금은 미국 상무부가 232조 관련 조사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한 상황으로, 정부는 최종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업계와 함께 미 정부, 의회, 업계 등에 대해 아웃리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개 안을 놓고 검토 중인 상황에서 굳이 우리 정부가 WTO 제소를 언급하며 그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철강업계 역시 미리부터 WTO 제소가 언급되는 부분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가는 한국에 가장 불리한 방안(한국 등 12개국에 대한 선별관세)이 선택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고 미국 내 한국산 철강 수요업체를 한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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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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