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최강희 "'추리의 여왕', 하늘이 준 선물"

아줌마 탐정 설옥 역 맡아 권상우와 호흡

"힘든 시기 지나 만난 작품, 즐겁고 행복"

KBS2 '추리의 여왕'을 마친 최강희는 "너무 행복하고 기쁘게 찍은 작품"이라고 말했다.ⓒ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아줌마 탐정 설옥 역 맡아 권상우와 호흡
"힘든 시기 지나 만난 작품, 즐겁고 행복"

"우울증을 심하게 겪고 극복한 후 '추리의 여왕'을 만났어요. 제작진, 출연진 모두가 밝고 긍정적인 분들이었어요. 드라마를 통해 힐링했고, 희망을 품게 됐어요. '추리의 여왕'은 하늘이 준 선물입니다."

배우 최강희(40)는 최근 종영한 KBS2 '추리의 여왕'에 대한 애착이 커 보였다. 배우에게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겠지만, 따뜻한 '선물' 같은 작품을 만나기란 힘들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최강희는 과거 어두운 시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추리의 여왕' 뒷이야기를 밝혔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 상처는 있지만 이를 밖으로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은 더 그렇다. 하지만 최강희는 달랐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난 과정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자기 고백이 시작된 건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한 권상우 얘기가 나온 순간부터다. 최강희는 드라마에서 완승 역의 권상우와 호흡하며 러브라인 없는 찰떡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를 보여줬다.

배우 최강희는 "우울한 시기를 끝내고 '추리의 여왕'을 만났다"며 "이번 드라마는 선물 같다"고 의미를 부였다.ⓒ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로맨스는 없었지만 둘이 있는 건만으로도 설렌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최강희는 권상우가 캐스팅됐을 때 '내 생애 최고의 파트너'라고 휴대폰에 저장했단다. 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3년 즈음에 우울증을 심하게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었어요. 예전엔 남들 말에 신경 쓰면서 부정적인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때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된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권상우 씨 번호도 그렇게 저장했는데 '내 생애 최고의 파트너'가 현실이 됐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강짱, '강블리' 같은 밝은 이미지의 최강희는 원래 어두운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배우 일을 시작하면서 밝아졌다.

1995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그는 '맹가네 전성시대'(2002), '단팥빵'(2004), '달콤, 살벌한 연인'(2006), '달콤한 나의 도시'(2008), '애자'(2009), '쩨쩨한 로맨스'(2010), '보스를 지켜라'(2011), '미나문방구'(2013), '7급 공무원'(2013), '하트투하트'(2015), '화려한 유혹'(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 연기 인생 22년째다. 데뷔 초 오디션에선 '왜 이렇게 어둡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다양한 배역을 맡으면서 점점 캐릭터에 동화됐다. 최강희는 "위축된 사람들에게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KBS2 '추리의 여왕'을 마친 배우 최강희는 "이전보다 밝아졌다"며 "향후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배우 역시 힘든 시기를 지난 터라 그의 말에선 진심이 묻어나왔다. "비판을 들으면서 자존감이 떨어졌고, 카메라 울렁증이 생겨 힘들었습니다. 이후 집 밖으로 안 나가기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모든 말과 상황을 오해하게 되더라고요. 정체성에 혼란이 오면서 내일이 두려웠어요. 저를 살려줄 대상이 필요하던 찰나 신앙에 의지하게 됐어요. 처음엔 기도할 힘도 없어서 눈물만 뚝뚝 흘렸는데 스스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서 극복했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을 오롯이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하트투하트', '화려한 유혹'을 마친 최강희는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막상 가보니 배우가 느낀 것처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았다. '친구가 울 때 옆에서 같이 울고 싶은 사람'을 꿈꾸던 최강희는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희망 있는 삶을 만들어주겠다고. 월드비전 홍보대사가 된 최강희는 선배 김혜자의 조언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선생님께서 '강희씨, 남을 돕고 싶으면 훌륭한 배우가 되세요'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제 말에 귀 기울인다고 뜻이였죠. 가슴에 환한 불이 켜진 순간이었어요."

이전보다 너그러워진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을 통해 밝은 기운을 받았다. "특히 낙천적인 상우 씨가 제게 영향을 끼쳤어요.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참 기쁘고 행복했어요(웃음)."

'추리의 여왕'은 생활밀착형 추리퀸 설옥(최강희)과 하드보일드 베테랑 형사 완승(권상우)이 환상의 공조 파트너로 거듭나 범죄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아 호평을 얻었다.

지난달 5일 11.2%를 기록하며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꾸준히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8,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은 따뜻하고 가벼운 드라마라서 사랑을 받은 듯하다"며 "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장난감 같은 작품이 된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선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할 것이라며 "출연진, 제작진 모두 드라마를 좋아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설옥과 완승은 호흡도 화제였다. 완승이 설옥에게 "아줌마!"라고 외치는 장면만으로도 '심쿵'했다는 평도 많았다. "청소년 드라마 찍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호호. 완승이랑 저랑 서로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둘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만으로도 즐거웠죠."

권상우는 인터뷰에서 최강희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여배우라고 극찬했다. 최강희는 "체력이 좋아서 힘들지 않았다"며 "22년 동안 연기하면서 한 번도 쓰러진 적 없다. 힘들어야 힘든 척을 할 텐데 힘들지 않으니깐 '척'을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위 반응도 좋았다. 예전의 최강희를 보는 것 같단다.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독특한 4차원 이미지의 그를 좀 더 친근하게 봤다. "언제부터가 제가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동안', '4차원'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는 기분이었어요. '추리의 여왕'을 통해선 대중이 절 가깝게 대하는 눈빛을 느꼈어요."

최강희는 다재다능하다. 도서, 음반도 냈었고 라디오 진행도 했다.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한 그는 "학원 다니면서 연출 공부를 해봤는데 재능이 없는 것 같더라"고 웃었다. "친구가 쓴 대본을 보고 연출해볼까 했는데 힘들더라고요. 저를 표현하는 능력은 있는데 연출적인 재능은 없나 봐요(웃음)."

인터뷰 내내 배우는 과거와 현재의 최강희를 비교하며 희망을 품었다. "예전엔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나 봐요. 허세가 있는 건 아닌데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거죠. 자존감이 낮아서 남의 말과 남들이 만든 수식어에 갇혔지요. 스스로 흔들리는 삶을 살았는데 이젠 아니에요. 내면에 무언가가 채워졌거든요."

한층 밝아진 그가 하고 싶은 작품도 '밝은 작품'이란다. 지인은 최강희에게 '밤에서 새벽으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단다. "저 자신에게 희망이 있다고, 타인의 호의가 진짜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빛을 보게도 해주고 싶습니다."

최강희는 자신을 '따뜻한 사람'이라고 다독였다. 의리가 있고, 은혜를 갚고 싶어하는 사람이란다. "'추리의 여왕'이 추리물인데 따뜻한 작품이라는 말을 오롯이 받아들였어요. 저 자신보다 타인을 더 좋아하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장점이 됐어요. 이런 점이 '최강희만의 강점'이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