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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매너리즘 벗고 '또 다른 손예진' 찾았다


입력 2016.06.21 08:49 수정 2016.06.22 09:40        이한철 기자

영화 '비밀은 없다' 중학생 엄마 연홍 역

광기 어린 연기, 어딜 봐도 새로운 얼굴

손예진이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변신에 도전한다. ⓒ 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이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변신에 도전한다. ⓒ CJ엔터테인먼트

"매너리즘은 항상 빠져요. 어떤 캐릭터를 해도 뭔가 해봄직한, 그런 전형성을 깨고 싶은 욕구가 항상 있어요."

데뷔 17년차 배우 손예진(34)은 항상 새로운 역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험을 걸자니 낯설어하는 대중들의 시선이 두렵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자니 '자기 복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두렵다.

그렇기에 작품을 할수록 여전히 연기는 어렵다. 고민은 깊어지고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최대한 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으려고 해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책도 읽고 영화를 몰아 보기도 해요. 시각이 고정되면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줄 수 없거든요.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손예진은 '미쓰 홍당부'(2008)로 호평을 받았던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로 23일 관객을 찾는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 실종된 딸을 향한 모성애,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집착하는 광기까지, 파격적인 변신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낯선 손예진이지만, 그 낯선 느낌은 자막이 올라갈 때쯤 익숙함으로 바뀌어 있으니 손예진의 내공도 보통이 아님을 엿볼 수 있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다른 표현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며 성장의 계기가 됐음을 내비쳤다. ⓒ 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를 통해 "다른 표현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며 성장의 계기가 됐음을 내비쳤다. ⓒ CJ엔터테인먼트

"중학생 딸의 엄마 역할이지만 연홍 자체가 살아 있는 캐릭터였어요. 말도 안 되게 차분하기도 하고 이상해 보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형적이지 않은 엄마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돌발적인 행동이나 표정,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긴 했어요."

손예진은 "연기를 하면서 점점 연홍이 됐고 캐릭터에 빠져들었다"며 "어느 순간엔 내가 무슨 표정인지조차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과 작품 속 연홍의 모습은 달랐다. 배우와 감독의 캐릭터 해석이 서로 달랐기 때문. 캐릭터를 연구하고 철저히 준비해 촬영에 임하는 손예진이지만, 예상치 못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감정선이 매우 높은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촬영 내내 체력적 육체적으로 힘겨웠다.

"준비해서 가면 감독님이 많이 바꾸셨어요. 흥분하면 차분한 모습을 요구하고, 차분하게 연기하면 흥분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하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다른 연기에 대한 갈증, 내가 표현해보지 않은 것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손예진은 "작품을 할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가 더 보여줄 게 있나' 그런 두려움이 있는데 이번 캐릭터를 함으로써 다른 연기, 다른 표현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며 "앞으로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재밌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손예진은 자신의 롤 모델로 김혜수를 꼽았다. ⓒ 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자신의 롤 모델로 김혜수를 꼽았다. ⓒ 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평생 연기를 해야 하는 손예진으로선 이미 저 멀리 가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특히 김혜수에 대해선 "저 멀리 있는 태양 같은 존재"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이나 배우 생활을 하셨어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한 번도 대중들로부터 눈 밖에 난 적이 없었죠. 그건 어디서 나온 힘이고,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정말 어려운 일이죠."

손예진은 "저는 아직 김혜수 선배에 비해 한참 어리지만 많은 일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김혜수 선배는 오죽했겠느냐"며 "정말 멘탈이 강한 분이다"고 경의를 표했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도 언급했다. 손예진은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선배님을 보면 정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 분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더라. 그 눈빛에서 나오는 것들에 감탄했다"며 "그 분들처럼 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최근 3년간 드라마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CJ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최근 3년간 드라마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CJ엔터테인먼트

한동안 뜸했던 드라마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손예진은 2013년 KBS 2TV 드라마 '상어' 이후 드라마와 인연을 맺지 않았다.

손예진은 "드라마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체력적으로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과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특히 '연애시대' 같은 작품은 언제든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연애시대'는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놓인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로부터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로 꼽힐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연애시대'는 현실적이 이야기였어요. 영화처럼 극적인 캐릭터도 좋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옆에 있을 법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배우에겐 큰 매력이죠."

한편,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 이어 8월 개봉하는 '덕혜옹주'로 관객들을 찾는다. 손예진은 "비슷한 스릴러였으면 속상했을 텐데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어찌 됐건 올여름 가장 핫한 여배우가 손예진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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