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공감녀…미스김도 김삼순도 아닌 '오해영'

김명신 기자

입력 2016.06.15 08:53  수정 2016.06.15 09:10

동명이인 해프닝 속 현실 공감 로코로 인기

실감나는 30대 노처녀 오해영 "공감+신선"

서현진, 에릭의 로맨틱 코미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공감 멜로를 선보이며 인기가 파죽지세다.ⓒ tvN

“미치도록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연출의 변

미치도록 짠하다. 비현실적 신데렐라 캐릭터로 인기에만 급급한 여주인공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극히 공감이 된다. 그렇게 ‘오해영’을 앓는 여성 시청자들은 함께 웃고, 울고, 그러면서 짠한 오해영에 빠져든다.

서현진, 에릭의 로맨틱 코미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공감 멜로를 선보이며 인기가 파죽지세다. 첫방송 이래 12회 연속 시청률 최고 경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 2, 30대 여성들 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최고 16.4%(12회 닐슨코리아, 평균 시청률 9.9%, 최고 10.6%, 최고 1분 16.4%)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오해영 앓이’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태양의 후예’ 이후 빠진 지상파 시청자들이 ‘오해영’으로 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요 난 쉬운 여자예요” 내숭 제로, 직진녀 오해영

대개의 경우, 인기 로맨틱 코미디 속 남자주인공에 열광한다. 하지만 ‘또 오해영’은 사뭇 다르다. 과거 ‘내 이름은 김삼순’이 그랬던 것처럼, 당대 노처녀들의 절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스펙, 학벌, 외모 등 내세울 것 없는 여주인공의 반란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며 40%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오해영’ 역시 시청률에만 급급한 신데렐라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아닌, 그다지 내세울 스펙도 외모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구걸하지 않고, 내숭을 떨지도 않는다. 오히려 거침없이 “난 쉬운 여자”라고 발언키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고백한다.

서현진, 에릭의 로맨틱 코미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공감 멜로를 선보이며 인기가 파죽지세다.ⓒ tvN

‘또 오해영’은 잘난 오해영(전혜빈)과 그 잘난 오해영 때문에 인생이 꼬인 여자 오해영(서현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미래를 보는 남자 박도경(에릭)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뻔한 삼각관계는 아니다. 두 오해영과 얽힌 박도경의 이야기일 뿐이다.

박해영 작가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과 마주했을 때 오는 긴장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전했다. 그렇다 이 드라마는 이름으로 얽힌 두 여자의 악연과 모든 면에서 부족한 오해영의 서글픈 현실이 그려진다. 대부분이 그렇 듯, 잘나가는 오해영 보다는 당연히 매번 비교 당하고 기 눌려 살아온 ‘안 예쁜’ 오해영이 시청자들의 공감지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결혼 전날 “먹는 모습이 보기 싫다”는 자존심 구겨지는 통보를 받는 가 하면, 늦게까지 결혼 못하는 탓에 부모님들의 구박덩이가 되기도 한다. 남들은 다 승진할 때 홀로 미끌어 지고, 신체나이도 또래들 보다 훨씬 뒤처지는 42세다. 예쁜 오해영인 21살이다. 거기에 오랜 밀당 끝에 겨우 마음을 얻게 된 박도경이 알고보니 자신의 결혼을 방해한 남자란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여주인공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내막에는 ‘그 오해영’과의 오해 속에 발생한 사건임을 알게 되고, 그렇게 서글픈 현실이 또 다시 다가왔다. 오해영은 눈물을 흘렸고 보는 시청자들도 함께 슬퍼했다. 동명이인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외모나 스펙에 따라 타인과 비교되는 사회적 현실과 편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공감을 얻으며 함께 슬퍼한 것이다.

서현진, 에릭의 로맨틱 코미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공감 멜로를 선보이며 인기가 파죽지세다.ⓒ tvN

그것이 ‘또 오해영’이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가난한 집 가장으로서 씩씩한 캔디형의 여주인공이 어느 날 실장이나 회장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구닥다리 멜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속 한 여성 캐릭터로,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게 내뱉는 B급 오해영에 공감하고 그의 대변이 담긴 메시지를 통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김혜수의 미스김이 그랬듯, 김선아의 김삼순이 그랬듯.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에도 당당하지만 사랑에서도 절대 비굴하지 않다. 아니 비굴하게 ‘만나 달라’ ‘사랑해 달라’ ‘보고싶다 말해 달라’ 요구한다. 하지만 전혀 비굴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고 솔직해 보인다. 그게 오해영의 매력이다. 솔직한 우리네 여성들의 공감대를 얻는 부분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대놓고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은 많지 않다. 그리고 자신을 ‘쉬운 여자’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진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고백도 하고 싶고, 쉬운 여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게 사실이다. 그렇게라도 그 남자를 붙잡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다. 현실 속 굴뚝같은 마음 표현을 오해영은 당당하게 한다. 헤어질 때도 쿨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찌질한 눈물도 흘린다. 우리네가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마음 속엔 피눈물이 흐르듯이.

서현진, 에릭의 로맨틱 코미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공감 멜로를 선보이며 인기가 파죽지세다.ⓒ tvN

기존 로코의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와 분명한 차별화를 그려내고 그렇게 신선한 오해영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미래를 보는 남자 박도경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오히려 그런 오해영에 끌리는 남자 박도경의 이면의 모습에 여심은 더욱 들끓는다.

연출의 변을 통해 “가장 뜨거운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는 말처럼, 단순한 남녀간의 멜로도,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의 캐릭터도 아닌, 그렇게 새로운 멜로를 그려낸 ‘또 오해영’이 tvN의 ‘또 히트작’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자.”- 안 예쁜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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