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벼랑 끝에 몰린 레바논을 홈으로 불러들여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한국은 레바논과의 역대 전적에서 8승 2무 1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조 1위를 일찌감치 확정, 월드컵 최종예선행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해부터 예선전 무실점이란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전에서도 이 기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소집 첫날에는 아예 취재진들에게 "무실점 승리에 대해 강조해주길 부탁한다. 선수들이 기록에 대해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언급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무실점 승리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록 경신 때문만이 아니다.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대표팀 입장에서는 레바논이라는 찝찝한 상대에 제대로 응징을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지난 2011년 11월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원정서 1-2로 패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뒤 곧바로 구자철이 PK를 성공시켜 따라잡았지만 다시 구자철이 PK를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2013년에는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레바논과 마주했다. 이때에도 원정 경기가 험난했다.
당시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그라운드가 아닌 거친 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기장 상태가 최악이었다. 잔디 상태가 고르지 않은 것은 물론 그라운드 곳곳이 패여 패스와 드리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대표팀을 향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레바논 정부는 불안정한 정세를 이유로 장갑차 수십 대와 중화기로 무장한 레바논 정규군 300여명을 경기장 밖에 대기시켰다. 불상사를 막기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이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된 대표팀은 1-1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축구팬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던 중동식 ‘침대축구’가 어김없이 나왔던 경기였다.
당시 레바논 선수들은 가벼운 접촉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했고, 대표팀 입장에서는 덧없는 시간만 흘렀다. 한국은 실점 후 주도권을 움켜쥔 채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침대 축구의 시간 지연으로 맥이 끊기기 일쑤였다.
다행히 후반 들어 노골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바람에 추가 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제 꾀에 빠졌던 레바논이다.
이번에도 침대축구가 예상된다. 사실 슈틸리케호는 무실점 승리를 제외하면 이번 레바논전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레바논은 다르다. 현재 레바논은 3승 1무 2패(승점 10)로 G조 3위에 올라있다. 2위 쿠웨이트에 골득실 차에서 1골 뒤져있지만 사실상 2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종예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8개조 2위 팀 가운데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승점 15의 우즈베키스탄과 시리아, 그리고 홍콩(승점 14)이 유력하며 UAE와 요르단이 승점 13으로 따라붙고 있다.
결국 레바논이 최종예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번 한국전에서 최소 승점 1을 따낸 뒤 미얀마와의 최종전서 승점3을 추가해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절대 열세인 한국과의 원정에서 레바논이 승점을 따낼 수 있는 방안이란, 침대축구라는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