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와의 FA컵 16강서 유소년 출신의 어린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맨시티 페예그리니 감독. ⓒ 게티이미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사실상 FA컵을 포기한 선수기용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맨시티는 22일(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리지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FA컵’ 5라운드(16강) 첼시와의 원정경기에서 1-5 완패했다. 양 팀의 전력과 위상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결과이지만 사실 맨시티의 라인업을 보면 이변도 아니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서 파우팔라, 셀리나 등 유소년팀 출신의 어린 선수들을 대거 출전했다.
FA컵 하위라운드에서 가급적 비주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클럽도 마찬가지지만 이날 맨시티는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이 유스 선수들이었다. 사실상 베스트 멤버를 내보낸 첼시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정도의 라인업이었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이번 대결은 첼시와 진정한 정면대결은 아니다”라며 일찌감치 FA컵을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맨시티는 오는 25일 디나모 키에프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있으며 29일에는 리버풀과 또 다른 컵대회인 캐피털 원 컵 결승까지 앞두고 있다. 대회 우선순위를 고려해 어느 정도의 로테이션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첼시 역시 지난주 뉴캐슬과의 리그, 파리생제르맹과의 UCL 16강전을 3일 간격으로 소화하고 다시 맨시티와의 FA컵까지 주전들을 변함없이 기용했다. 물론 첼시는 올해 리그 우승권에서 멀어진 상황이라 UCL와 FA컵에 전력을 다해야한다는 차이가 있다.
첼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페예그리니 감독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사령탑이지만 “잉글랜드에서 감독생활을 하는 이상 잉글랜드 축구와 FA컵의 가치를 존중해야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영국 축구계에서는 이번 엔트리 사태를 놓고 페예그리니 감독의 속내를 주시하고 있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맨시티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 결정된 상황이다. 맨시티는 다음 시즌부터 호셉 과르디올라 현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된다.
조만간 팀을 떠나야하는 페예그리니 감독으로서는 기왕 물러날 바에 남은 대회서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 자신의 명예라도 지켜야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페예그리니 감독은 “잘리더라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잘린 감독으로 남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굳이 모든 대회를 노리기보다는 확실하게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캐피털 원 컵이나 규모가 큰 UCL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 페예그리니 감독 계산으로 보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만큼 FA컵을 포기하더라도 구단의 눈치를 볼 일도 없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선택은 다가오는 UCL 16강과 캐피털 원 컵 결승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