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계약’ 이대호…어필할 매력 없었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2.04 09:39  수정 2016.02.06 07:06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메이저 아닌 마이너 계약

스프링캠프서부터 어필해야 빅리그 로스터 진입

시애틀 입단을 확정 지은 이대호.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애틀 입단을 앞둔 이대호(34)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한국시각), 이대호와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형태는 마이너리그 계약이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대권을 함께 얻는 방식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승격했을 경우 인센티브 포함, 최대 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지만 주전은 물론 빅리그 입성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단 시애틀은 이대호의 이름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25인 명단에 들어야 한다.

이대호의 계약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는 원소속팀 소프트뱅크의 좋은 계약 조건을 뿌리치며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메이저리그 단장들의 모임인 윈터미팅에 직접 참석, 열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박병호와 김현수, 오승환이 차례로 입단 계약을 맺을 동안 이대호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최근 3개 구단이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잘 알려진 대로 이대호는 장점과 약점이 뚜렷한 선수다. 타격 기술은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완성형 타자다. 일각에서는 다리를 들고 치는 타격폼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투수의 빠른 볼에 애를 먹을 것이란 평가가 있었지만 이는 이대호 본인이 직접 “문제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이대호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어떤 공이든 받아 치는 기술이 뛰어나다. 일본 시절, 한 번 속았던 구질이 재차 들어올 경우 안타로 만들어낸 타격 기술은 그가 최고 수준 타자로 군림했던 요인이기도 했다. 여기에 파워까지 보태지며 많은 장타를 만들어낸 이대호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일단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또한 평균 이하의 스피드와 주루 능력은 팀 득점 생산에 누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가령 이대호가 출루한 뒤 후속 타자들의 안타가 나오더라도 느린 발로 인해 추가 진루가 어려워진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게다가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물음표가 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이대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그리 큰 매력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대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비 능력을 배제한 채 지명타자로 내세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란 3~40개의 홈런을 때려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다. 수비력을 포기하는 대신 타격 기술, 이 가운데서도 파워툴을 요구한다. 반쪽짜리 선수인 데이빗 오티즈가 보스턴의 레전드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이대호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팀 내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정교한 타격을 앞세운다면 최소 플래툰 기용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톱클래스에 오른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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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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