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배우·제작진인데 F학점 '나쁜놈은 죽는다'

이한철 기자

입력 2016.01.31 09:09  수정 2016.01.31 09:27

강제규-펑 샤오강 제작, 손예진·진백림 투입

코믹과 액션 모두 '한국 관객' 잡기엔 역부족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는 손예진과 진백림이라는 특급배우를 내세웠지만, 두 배우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 조이앤시네마/TCO(주)더콘텐츠온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한중 합작으로 무려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는 제작 단계부터 요란한 홍보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거장 강제규 감독과 펑 사오강 감독이 공동 제작하고, 펑 샤오강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손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높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손예진, 신현준, 진백림이라는 한중 특급스타들의 캐스팅은 화룡점정이었다.

영화 촬영이 제주도에서 진행된 만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화려한 액션의 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초반 중국인 보이스피싱 수준의 진백림 연기를 보며 이 같은 기대는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은 확신이 됐다. 객석 곳곳에선 헛웃음 소리가 간간히 들릴 정도로 실망감이 큰 작품이었다.

영화는 제주도를 여행하던 중국인 창주(진백림) 일행이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여인(손예진)을 발견한 두 뒤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풍랑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쓰러진 여인을 돕고자 했던 선의는 총격전으로 이어지고, 하나 같이 어딘가 모자란 듯한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 추격전이 코믹액션이란 장르 속에 녹아든다.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는 코믹액션물다운 웃음과 화끈한 액션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 조이앤시네마/TCO(주)더콘텐츠온

하지만 결과적으로 화려한 액션도 재미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작품이 액션 블랙코미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코미디의 느낌이나 뉘앙스가 한국 관객들에게 맞아 떨어지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와 어설픈 연기에 대한 아쉬움까지 정서적 차이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사건은 기본적으로 우연과 우연의 만남이다.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갖다 끼워 맞춘 기색이 역력해 황당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추격전 속 액션이 갖는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오토바이 타고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보는 관객들마저 축축 늘어지게 한다.

손예진과 진백림의 필모그래피에도 이 작품은 크나 큰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예진은 이 작품에서 제주도에 여행 온 청년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미스터리한 여자로 등장하지만, 전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작품 흐름에 그리 필요해보이지 않는 노천탕 목욕신을 보는 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할 뿐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내심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보려 했던 진백림의 향후 행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능수능란한 한국어 실력을 지닌 게 그의 캐릭터지만, 그의 연기는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을 한 단계 더 떨어뜨린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 관객들에겐 큰 영향이 없겠지만, 한국 관객들에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안겨다준다.

가장 아쉬운 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업적인 계산에 따른 한중 합작이었지만, 상업적인 노림수와 함께 했어야 할 작품에 대한 진정성은 결여됐기 때문이 아닐까.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