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임창용(40)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열렸어도 여전히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임창용에게 “KBO 규약 제151조에 의거해 KBO리그 복귀 후 총 경기 수의 50% 출장정지 제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로부터는 벌금 7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임창용은 현재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사실상 방출돼 무적 신분이다. 비록 시즌의 절반을 뛸 수 없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선수 자격 정지나 영구 제명을 피한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다.
임창용이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기량 면에서는 수준급 불펜투수다.
지난해에도 삼성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33세이브를 따내 역대 최고령 구원왕을 차지했다. 쓸 만한 불펜투수가 부족한 국내 프로구단들의 사정상, 임창용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해외진출도 가능하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현실성은 떨어진다.
결국 가장 큰 난제는 여론이다.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프로 선수, 그것도 후배들의 모범에 되어야할 베테랑으로서 경솔한 처신을 한 임창용에 대한 팬들의 여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중징계와 벌금 처분 역시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팬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임창용에게 관심을 가진 구단이 있다고 해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공개적으로 임창용의 영입 의지를 드러낸 구단은 현재 전무하다. 각 구단의 다음 시즌 전력보강이 대부분 완료된 상황이라 굳이 무리해서 임창용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설사 영입을 고려한다고 해도 징계가 끝날 때까지 활용할 수 없는 만큼 서서히 여론의 변화 추이를 보면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임창용이 갈만한 국내 구단은 어디가 있을까.
많은 이들은 사실상 KIA와 한화에 주목하고 있다. KIA는 임창용이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고향팀이다. 과거 축구의 이천수 사례처럼 속죄의 무대로 고향팀에 돌아와 그간의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은 타 구단보다 명분과 실리 면에서 가장 그럴듯한 모양새가 된다.
지난 시즌 주전 마무리를 맡던 윤석민이 올 시즌부터 선발로 전환하며 마무리가 공석이라는 고민을 임창용 영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다른 후보는 한화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이 강점이다. 정우람-권혁-윤규진-박정진 등으로 구성된 필승조에 후반기 임창용까지 가세한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베테랑 선수들을 선호한다는 점도 임창용의 영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화는 올 시즌이 9년만의 가을야구 복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길 만큼 성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물론 KIA와 한화 역시 임창용 영입 가능성에 “NO”라고 부정한 상태다. 하지만 야구단 운영의 특성상 두 팀은 물론 다른 구단들도 시즌 순위싸움이 치열해지는 후반기가 되면 상황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그때까지 임창용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변화될지, 임창용이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절박함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따라 마지막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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