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대리수상 잔치…'개콘'보다 웃긴 코믹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20 22:19  수정 2015.11.20 23:22

인기투표 유료·출석상 논란 속 배우 불참

매년 공정성 논란…권위 스스로 떨어뜨려

배우들이 대거 불참한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역대 최악의 영화제로 남을 전망이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야말로 '대리 수상 잔치'였다.

배우들이 대거 불참한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역대 최악의 영화제로 남을 전망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비롯해 수상자, 그리고 시상자까지 불참하는 사태로 촌극을 빚었다.

이날 좌석이 텅텅 빈 채로 시작한 대종상영화제는 어색하고 썰렁한 분위기로 시상을 이어갔다. 진행자 신현준 한고은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특히 신현준은 '대리 수상 2관왕'이라는 웃지 못 할 기록을 남겼다.

신현준은 의상상을 받은 '상의원'의 조상경의 상을 대리 수상한 후 또 무대에 올라 미술상을 받은 채경선의 상을 대리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을 시상하러 또 무대에 오른 신현준은 "오늘 정말 바빴다"며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신현준뿐만 아니라 배우, 관계자들도 대리 수상했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신인 감독상을 받은 '뷰티 인사이드' 백 감독을 대신해 무대에 올랐고 공로상을 받은 원로 배우 윤일봉은 건강 상의 이유로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인기 투표 1위에 오른 김수현 공효진을 비롯해, 남우·여우 조연상을 받은 오달수 김해숙, 촬영상·기획상을 받은 '국제시장'의 최영환 박수진도 불참했다. 영화제의 꽃인 남우·여우 주연상을 받은 황정민 전지현도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남우·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베테랑'·'사도'), 하정우('암살'), 황정민('국제시장') 등이 등장하지 않았고 여우주연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윤진('국제시장'),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와이프'),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인사이드')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최동훈, 류승완, 김성호 감독도 불참했다.

이번에 생긴 나눔화합상 부문에선 시상자가 불참해 시상을 취소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한고은은 "시상자가 참석하지 않아 시상을 못하게 됐다.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한고은 신현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 이 상은 김혜자가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종상 측이 대리 수상을 이유로 김혜자의 수상을 취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올해 대종상의 논란은 조근우 사업본부장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는 시상식 권위를 스스로 '참가상' 수준으로 떨어뜨린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기 투표를 유료로 진행한 것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더군다나 지난 1년간 출연한 영화가 없는 김수현, 공효진이 인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의문이다. 단순히 인기에만 초점을 둔, 권위와 공정성이 추락한 시상식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대종상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제34회에서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애니깽'에 최우수 작품상을 줘 '금품 로비설'에 휩싸였다.

2009년 제46회에서는 정식 개봉도 하지 않은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논란이 됐고 2012년 제49회에선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무려 15개 부문을 독식해 '몰아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국제시장'이 싹쓸이했다.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총 10개 부문의 트로피를 챙긴 것.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이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국제시장'
▲여우주연상 = 전지현('암살')
▲남우주연상= 황정민('국제시장')
▲감독상= 윤제균('국제시장')
▲시나리오상= 박수진('국제시장')
▲기획상= '국제시장'
▲촬영상= 최영환('국제시장')
▲조명상= 김민재('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첨단기술특별상= '국제시장' CG팀
▲편집상= 이진('국제시장')
▲여우조연상= 김해숙('사도')
▲남우조연상= 오달수('국제시장')
▲공로상= 윤일봉 정창화 감독
▲녹음상= 이승철 한명환('국제시장')
▲음악상= 김준성('더 테너')
▲인기상= 김수현 공효진
▲미술상= 채경선('상의원')
▲의상상= 조상경('상의원')
▲해외부문상= 쑨홍레이 고원원
▲신인감독상= 백 감독('뷰티 인사이드')
▲신인여우상= 이유영('봄')
▲신인남우상= 이민호('강남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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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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