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사업자를 위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결국 부담이 영세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영세사업자를 위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결국 부담이 영세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하안으로 예상된 카드사의 이익 감소분 6700억원의 상당부분이 밴사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밴사가 다시 영세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을 줄이게 돼 정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밴 협회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67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가 서비스를 먼저 줄여나가는 대응방안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밴사도 마찬가지로 부가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큰 인하 폭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 예상된 연간 수수료 수입 감소분 6700억원의 상당 부분이 밴사로 넘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밴사에서는 카드사와 달리 이익 감소분을 채우기 위한 방법이 사실상 많지 않아 다시 영세 사업자에게 부담이 넘어갈 수 있는 것.
이 관계자는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카드사에서 주던 프로모션 비용 등이 줄어들면 단말기 공급 등 프로모션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밴사는 카드사와 달리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밴 협회 측은 카드사에서 마케팅 비용 등 줄일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지만 가장 먼저 회원사들에 대한 혜택을 줄여 밴사에게 부담을 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실 이번 방안은 카드사와 밴사 둘 다 죽이겠다는 이야기"라며 "지난 2012년 때와 다른 점은 카드사 경기가 꺼지고 있기 때문에 막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새로운 가맹점수수료 체계 도입 때에는 이번 6700억원보다 많은 8700억원에서 9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됐다. 하지만 매년 카드 결제액이 10%이상씩 상승하면서 사실상 손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영세 가맹점 수수료 최대 0.7%포인트 인하는 현장 분위기를 읽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된 방안이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밴사와 카드사의 수수료 싸움에 영세사업자까지 끌어들인 모양새가 됐다.
앞서 신한카드가 카드업계 중 처음으로 밴사 수수료 정률제를 시행한 후 KB국민카드, BC카드 등이 밴사들과 정률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률제는 결제 건당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결제 금액에 비례해 지급하는 것으로, 소액 결제 비중이 많아지는 최근에는 현행 정액제에 비해 밴사 입장에서는 손해다.
그럼에도 밴사가 사실상 이익이 줄어드는 이 정률제 전환 협상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고 있었던 이유는 카드사 압박이 점점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부담이 예상했던 것보다 커진 데 따라 자체적으로 순이익 감소를 모두 감당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던 만큼 이번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정부와 카드업계가 엇박자가 내는 것은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정부의 야심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침은 원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당분간 카드사, 밴사와 영세사업자의 숨통을 조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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