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마이웨이' 넥슨-엔씨, 3년 동거 '끝'

이호연 기자

입력 2015.10.16 11:16  수정 2015.10.16 11:17

넥슨-엔씨, 지분관계 청산...경영권 분쟁 종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 김정주 넥슨 대표ⓒ연합뉴스

“서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불편한 관계를 청산했다. 넥슨은 16일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넥슨과 엔씨는 3년만에 결별했다. 국내 게임업계 양대산맥인 넥슨과 엔씨의 협업은 경영권 분쟁만 남긴 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실익이 없는 관계 청산에 업계는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이날 증권가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15.08%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으며, 엔씨는 이 중 44만주를 다시 사들였다. 이에 따라 김택진 엔씨 대표의 지분율은 10.0%에서 11.98%로 증가했다. 엔씨측은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기업가치 향상에 전념하기 위한 책임경영 강화"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넥슨과 엔씨는 지난 2012년 6월 미국 게임사인 EA(일렉트로닉 아츠)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러나 EA 경영권 인수가 물거품이 된 후 넥슨이 지난해 엔씨의 지분을 15% 넘게 사들이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난 1월 넥슨이 엔씨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한다고 공시하면서 양사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넥슨이 엔씨 경영에 개입하려고 하자, 김택진 대표는 넷마블과 제휴해 넥슨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했다.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의 지분을 합하면 최대 주주 넥슨의 보유량(15.08%)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어 주주총회에서도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이 무난히 이뤄지며 양사 경영권 분쟁은 가라앉았다. 양사로선 시너지는 고사하고 감정만 상할대로 상한 셈이다.

이후 업계서는 넥슨이 엔씨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넥슨이 사실상 경영을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엔씨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넥슨이 보유하고 있던 엔씨 지분을 매각하고, 김 대표가 이를 다시 매입하면서 불편한 관계는 끝이났다.

넥슨 일본 증권 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엔씨 지분 주당 처분 가격은 18만3000원이다. 총 처분 금액은 6051억원이다. 당초 넥슨이 지분 인수에 약 8100억원을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 손실은 2100억원을 상회한다. 다만,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넥슨은 실질적인 손해를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3년 전 투자금액은 540억엔이지만, 이번 블록딜로 인해 넥슨은 약 630억엔을 상회하는 자금을 확보한다. 넥슨으로선 해당 재원을 회수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업계는 김택진 대표가 나머지 엔씨 지분도 추가로 매입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넥슨이 내놓은 엔씨 지분을 김 대표가 아닌 다른 누군가 인수하더라도, 엔씨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증권가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의 협력은 득은 없고 서로에게 실만 남긴 선택이었다”며 “양사가 각자 길을 걸으면서, 최선을 다해 한국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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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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