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마저 패하며 맨시티, 아스날, 맨유 등 EPL 클럽들은 조별리그 초반 집단 부진 현상을 겪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챔피언스리그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서 전멸할 위기에 놓였다.
첼시는 30일(이하 한국시각), 포르투 에스타디우 두 드라가오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FC 포르투와의 조별리그 원정 2차전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1-2 패했다. 이로써 1승 1패가 된 첼시는 포르투에 밀리며 G조 3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시각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아스날은 더욱 심각하다. 수비 불안과 함께 운마저 따르지 않은 아스날은 올림피아코스에 2-3 패하며 2전 전패를 기록, F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아스날의 다음 상대는 2경기서 8골을 기록 중인 바이에른 뮌헨이다.
EPL의 부진은 조별리그 1라운드서부터 시작됐다. 첼시만이 홀로 승리를 거뒀을 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아스날이 모두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나란히 1패를 떠안은 맨유와 맨시티는 각각 볼프스부르크, 묀헨글라드바흐 등 분데스리가 클럽들을 상대해야 한다.
EPL은 지금의 32강 조별리그 및 16강 토너먼트 체제로 개편된 2003-04시즌 이후 매년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
이 기간 리버풀(2005년)과 맨유(2007년), 첼시(2011년)가 우승을 경험했고, 결승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횟수도 5차례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4개 팀 중 최소 2개 클럽 이상은 조별리그를 통과해 넉아웃 토너먼트에 진출, 리그의 위상을 과시했다.
EPL의 최전성기는 역시나 ‘빅4’ 체제가 자리를 굳힌 2007-08시즌이다. 이전 시즌 무려 3개 팀이 4강에 진출했던 EPL은 내친김에 맨유와 첼시가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고 리버풀과 아스날도 각각 4강, 8강까지 올랐다. ‘빅4’는 이듬해에도 다시 3개 클럽이 준결승까지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EPL은 2010년부터 시행된 UEFA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즉 FFP(UEFA Financial Fair Play Regulations)이 도입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전까지 외국 자본과 외국인 선수들을 마구 영입하며 덩치를 키워왔지만, FFP는 이를 제대로 발목 잡는 규정이었다. 따라서 부자 구단인 맨시티와 첼시는 선수 영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퍼거슨 체제가 막을 내린 맨유는 심한 부침을 겪었고 ‘16강 전문가’ 아스날은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32강 체제 개편 후 EPL 클럽들의 챔피언스리그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FFP의 시행은 EPL 클럽들의 챔피언스리그 부진과 궤를 함께 한다. 2010-11시즌 맨유의 준우승 이후 서서히 내리막이 시작된 것.
물론 2011-12시즌 첼시가 사상 첫 빅이어를 들어 올렸지만 ‘안티 풋볼’이라는 극단적인 수비 전략으로 이룬 성과였다. 그리고 그해 맨유와 맨시티는 조별리그서 탈락하는 부진이 겹쳤고, 아스날도 16강까지 오르는데 그쳤다.
2012-13시즌에는 첼시가 사상 첫 디펜딩 챔피언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이 있었고, 16강에는 맨유와 아스날만이 올랐다. 특히 갑작스러운 전력 보강으로 단숨에 강자의 위치에 오른 맨시티는 지난 4년간 ‘조별리그 탈락→조별리그 탈락→16강 탈락→16강 탈락’의 성적표로 안방 호랑이라는 수식어를 받기도 했다.
EPL은 유럽 내 리그 랭킹을 매기는 UEFA 계수에서 2011-12시즌을 끝으로 프리메라리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분데스리가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해 3위로 내려앉았다.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티켓 4장이 주어지는 3위 자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65.284점을 기록 중인 EPL은 부활을 선언한 이탈리아 세리에A(61.105점)가 바짝 따라붙어 올 시즌 성적 여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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