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캅이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배경에 가장 크게 자리하는 것은 한결같은 자기관리라는 것을 곱씹게 하는 철학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UFN 서울(UFC Fight Night Seoul)’ 대회 홍보차 한국을 찾은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크로아티아)의 국내 팬들은 한창 달아올랐다.
크로캅은 서울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최 측에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다. 코리안 파이터 위주로 대부분 대진이 진행되더라도 인지도 높은 해외 파이터의 참가는 절실했다. 그런 상황에서 크로캅이 투입은 서프라이즈의 정점을 찍었다.
국내서 열리는 첫 UFC 대회인 만큼 서울 대회를 앞두고 해외파이터들에 대한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안토니오 실바(35·브라질)와 스테판 스트루브(27·네덜란드)의 대진이 추가된다는 루머도 그 중 하나였는데 팬들은 “국내 시장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엉뚱한 선수들보다는 마크 헌트, 알리스타 오브레임 등 국내 정서에 친숙한 인물들이 함께하기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터진 크로캅 카드는 그야말로 최고 중의 최고가 아닐 수 없다.
크로캅의 참가가 알려지기 무섭게 국내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만족 그 자체다. 크로캅의 국내에서 인기는 역대 외국인 파이터 중 탑 수준이다.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와 함께 격투기 팬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높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전성기였던 프라이드 시절에는 표도르보다도 인기가 높았다. 표도르같은 경우 수차례 걸쳐 방한해 얼굴을 알렸지만 크로캅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다 할 수 있다.
크로캅이 더욱 놀라운 것은 인기가 지금까지도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하이킥 초인으로 불리던 젊은 시절이야 워낙 강하고 멋진 파이팅 스타일을 구사해 그럴 수 있었지만, 노쇠화에 따른 잦은 연패로 예의 강력한 이미지가 상당 부분 훼손됐음에도 팬들은 한결 같이 응원하고 있다. 오히려 강적들을 맞아 드라마틱한 경기 양상을 띠는 그에게 감정을 이입해 ‘내 식구(?)’ 같이 살뜰하게 챙기는 분위기다.
크로캅이 변치 않는 인기를 누리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자신이 한결같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MMA 무대에서 상품성과 기량을 인정받은 상당수 선수들 중에서는 여러 사건이나 아쉬운 행보들이 겹치며 팬들의 존경심을 잃은 경우가 많다.
포레스트 그리핀, 스테판 보너, 프랭크 미어, 크리스 리벤, 도널드 세로니(이상 약물 복용), 조르주 생 피에르(바셀린 사용 및 지루한 경기운영), 케인 벨라스케즈, 도미닉 크루즈(이상 공백 기간), 존 존스(마리화나 복용 및 뺑소니 교통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크로캅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성적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랜 세월 동안 별다른 소동 한 번 없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선수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약물, 사건사고, 지루한 경기운영 등 격투 팬들을 실망시켰던 여러 일들은 딴나라 이야기였다. 지독한 강행군, 격투중독 등 그에 관한 소식의 대부분은 격투기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를 입증하듯 크로캅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서 “격투기를 처음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초심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운동을 대하는 자세는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도 염색, 장발, 문신, 긴 수염 등을 자제해왔다. 항상 짧은 머리에 깔끔하게 면도를 한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다. 다른 이들의 개성은 얼마든지 인정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는 게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크로캅이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배경에 가장 크게 자리하는 것은 한결같은 자기관리라는 것을 곱씹게 하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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