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는 KBO리그 데뷔와 동시에 압도적인 투구로 ‘야신’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한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첫 4경기에서 무려 3차례나 완투(완봉 2회)를 기록한 것은 KBO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강렬한 데뷔였다. 그동안 선발투수에 유난히 목말랐던 한화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하지만 로저스도 사람이었다. 지난 27일 창원구장서 열린 NC전에서 한국무대 데뷔 이후 5경기 만에 첫 패를 당했다. 6이닝 3실점 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는 기록했지만 이전 등판에서 보여준 피칭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상대적으로 호투하고도 초라하게 보였다.
여기서 로저스를 무너뜨린 게 본인의 구위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로저스는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변함없이 탁월한 구위로 탁월한 구위로 NC를 압도했다.
로저스가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심판 판정에 있었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심판의 팔이 올라가지 않으며 평정심을 잃었다.
1-0 앞선 6회말 2사에서 로저스는 김준완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던진 공으로 스윙을 유도했지만 심판은 삼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로저스와 포수 조인성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플레이 화면상으로는 배트가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야구팬들도 이 화면을 보고 "명백한 오심"이라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이후 이종욱과 조영훈,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로저스는 나성범 타석에서도 볼카운트 2B-2S에서 붙인 몸쪽 직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하자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로저스는 나성범에게 다시 적시 2루타를 얻어맞고 추가 실점했다. 6회를 마치고 마운드에 돌아와서는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등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동안 로저스의 장점으로 구위 못지않은 냉철한 판단력과 이타적인 마인드도 꼽혔다. 경기 중 흥분한 동료들을 진정시키고 실수도 감싸 안는 대범함 등은 엄격하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마저도 감탄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천하의’ 로저스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로저스는 이날 평소 같지 않게 자주 화를 냈고 그럴수록 상황이 점점 꼬였다.
많은 팬들은 오히려 로저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다. 물론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자체는 심판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명백한 오심이거나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로저스는 이전 등판에서도 비슷한 공을 던졌다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판도 사람이라 한두 번은 실수할 수 있다고 해도 중요한 승부처에서 오심을 의심케 하는 판정이 나온다면 선수로서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33·텍사스)는 종종 심판의 모호한 스트라이크 적용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추신수 존'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물론 포지션과 환경은 다르지만 한국무대에서 데뷔 이후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던 로저스 역시 향후 그런 논란을 낳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로저스 등판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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