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리온스 ´색깔을 잃다´

입력 2006.12.21 10:25  수정

화끈한 공격-폭발적 속공 사라지며 침체

김승현-마이클 중심으로 팀컬러 찾아야

대구 오리온스가 위기에 봉착했다.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울산동천체육관서 열린 2006-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4-87로 대패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 차출됐던 주전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복귀전이었음에도 무기력하게 무너져 아쉬움을 더했다. 이로써 오리온스는 3연패 포함 최근 7경기에서 1승6패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2라운드 한때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던 오리온스는 어느새 공동 6위(10승12패)로 곤두박질쳤다. 바로 위의 3위 그룹과는 2경기차. 자칫 순위 다툼에서 밀려날 판이다.

▲ 오리온스, 팀컬러 어디로?

오리온스 농구는 화끈한 공격력과 폭발적인 속공으로 대변된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오리온스 고유의 색깔을 잃었다. 공격은 어정쩡하고 속공은 눈에 띄게 줄었다. 평균 81.3득점으로 이 부문 5위에 그치고 있으며 팀 야투성공률은 45.9%로 전체 9위에 불과하다. 속공도 평균 3.95개로 전체 8위에 머물고 있다. 안 그래도 수비가 약한데 공격과 속공마저 여의치 않으니 좋은 경기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유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오리온스가 팀컬러를 잃은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승현이 정상 컨디션으로 나선 경기는 시즌 초반 몇 경기를 제외하면 없다. 중간에 아시안게임에도 다녀왔다. 오리온스는 김승현 없이 무려 16경기를 치렀다. 오리온스의 ´알파와 오메가´인 김승현이 없는 상황인데 애초부터 좋은 공격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속공도 같은 맥락이다. 리그 최고의 속공전개 능력을 갖춘 김승현 없이는 속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피트 마이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오리온스 공격의 밸런스를 무너뜨렸고 제러드 호먼-폴 밀러로 이어지는 악몽의 외국인센터들은 수비 리바운드조차 잡아주지 못한 채 속공의 원천을 스스로 막아버렸다. 오리온스는 평균 32.3개의 리바운드로 이 부문 최하위.

또한 노장 김병철의 들쭉날쭉한 활약, 볼핸들링과 패싱력 부재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며 슛 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오용준의 부진도 오리온스 공격의 예봉이 무뎌진 요인들이다. 이 역시 김승현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김승현이 빠진 가운데 수비로써 팀 단결력을 다진 김병철은 수비와 경기 리딩 등 많은 부분에 열성을 쏟은 바람에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볼핸들링이 불안한 오용준은 김승현이 없으면 주전으로 중용되기 어렵다. 김승현이 빠진 기간 오용준보다 이현준이 더 중용된 것도 이 때문. 김승현의 부재와 함께 밀러의 끝없는 부진은 오리온스의 답답한 공격을 부채질했다.

▲ 마이클, 과연 계륵인가?

시즌 전부터 마이클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한껏 주목받았다. 마이클은 명성대로 그 기량을 입증했다. 평균 32.2점(1위)·10.9리바운드(4위)를 기록, 김승현이 빠진 오리온스를 이끌며 고군분투했다. 오리온스가 김승현이 빠진 16경기에서 7승9패로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공수 양면에 걸친 마이클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마이클이 오리온스의 계륵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독단적이고 단발적인 1대1 공격으로 오리온스의 공격 밸런스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하지만 김승현이 없는 상황에서 마이클은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더블팀은 예사였고 트리플팀까지 붙었다. 나름대로 동료들을 이용해 시너지 효과를 꾀했지만 동료들은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김진 감독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이클의 1대1 공격을 막지 않았다. 팀 사정상 마이클의 공격만이 최선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비가 둘이건 셋이건 어떻게든 돌파해 파울을 얻어내는 플레이는 다른 팀이었더라면 지탄받을 플레이였지만 오리온스에서는 환영받을 일이었다.

더욱 중요한 건 김승현과의 호흡. 시즌 초반 몇 경기 동안 김승현과 마이클은 함께 뛰었지만 생각만큼 콤비네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승현의 복귀무대였던 모비스전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클은 직접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타고났다. 그러나 패스를 받아먹는 플레이에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과거 김승현과 호흡이 잘 맞았던 마르커스 힉스과 네이트 존슨 그리고 리 벤슨의 경우에는 개인 공격력도 뛰어났지만 패스도 잘 활용하는 타입이었다.

김승현은 오랜 시간 팀을 비웠고 마이클은 득점해야 한다는 압박을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 대화와 연습을 통해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게 마이클과 김승현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라

오리온스가 잃어버린 팀 색깔을 찾기 위해서는 밀러를 대체할 외국인센터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평균 6.7점·4.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밀러는 외국인센터로는 거의 ‘뇌사상태’ 수준이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밀러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다. 밀러에게 골밑 미스매치가 나와도 패스가 가지 않을 정도다. 밀러에 대한 불신은 마이클과 국내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농구경기에서, 그것도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센터가 팀원들의 믿음을 저버리면 그 팀은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하루빨리 밀러를 대체해 선수들 간의 믿음을 회복하는 게 급하다.

김승현의 역할도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오리온스의 농구는 김승현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김승현이 허리부상에서 회복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고 예년처럼 팀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진두지휘하게 된다면 오리온스는 김승현-마이클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오리온스로서는 김승현-마이클 콤비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야한다.

오리온스는 프로농구 최고의 인기팀 가운데 하나다. 시원시원한 속공 플레이, 폭죽처럼 터지는 3점슛, 아기자기하면서도 위력적인 2대2 플레이로 신명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런 오리온스의 매력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오리온스로서는 팀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칫 등 돌릴지도 모를 팬들을 위해서라도 잃어버린 팀 색깔을 속히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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