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복용(도핑) 적발에 이어 한국배구연맹(KOVO)에서의 청문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한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프로배구 여자부 곽유화(22·흥국생명)가 은퇴를 결정했다.
KOVO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5-16시즌 흥국생명 배구단 선수등록 명단을 공개하며 곽유화를 ‘은퇴 선수'로 공시했다. 곽유화는 지난 4월 KOVO가 실시한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 금지 약물인 펜디메트라진 및 펜메트라진이 검출됐다.
이에 KOVO는 지난달 23일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고, 도핑방지위원회 규정에 따라 곽유화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규정에 따라 곽유화에게 6경기 출장 정지를 결정했다. 그런데 곽유화가 KOVO 청문회에 출석해 "한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한 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은 다시 커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곽유화는 "한약이 아닌 다이어트 약을 먹었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곽유화는 "프로선수가 다이어트 약을 복용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배구팬 및 연맹, 구단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한의사협회에도 정중히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KOVO는 곽유화의 '청문회 위증'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거나 상벌위원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결국 곽유화 스스로 코트를 떠나겠다는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곽유화가 완전히 코트를 떠났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일단 도핑과 거짓 해명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자숙과 스스로 이번 사태 진행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잠시 코트를 떠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흥국생명의 한 관계자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6월 30일까지 선수등록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곽유화가 '지금은 경기에 나서기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며 “감독과 면담 후 은퇴 선수로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규정상으로는 은퇴선수로 공시된 선수라도 다시 현역으로 뛸 준비가 되고 코트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면 코트로 돌아올 수 있다.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모든 구단과 입단 협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곽유화의 현재 상태는 ‘완전 은퇴’가 아닌 ‘잠정 은퇴’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실질적인 행동으로써 반성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선택은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곽유화가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지금 코트를 떠나는 것만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결정이 온전히 곽유화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배경과 과정이 어떻든 곽유화가 일단 코트를 떠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 이상 그 선택은 존중 받아야 한다.
사실 곽유화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프로선수로서 짧은 경력에도 많은 인기를 얻은 선수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경기장 밖의 생활에서 미숙한 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선수 개인의 인격이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경험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올바른 ‘애티튜드’를 갖는 것은 경기력이나 외모와는 별개의 문제다.
곽유화는 앞으로 코트 밖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치료하고 프로선수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조하고 싶고 바라는 바는 곽유화의 이번 은퇴가 잠정 은퇴여야 하고 언젠가는 코트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코트를 떠나 있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서도 안 된다.
자신이 범한 잘못을 반성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얻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면 지체 없이 코트로 돌아와 팬들 앞에 서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 앞에서 멋지게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데 대한 진정한 사과이자 화해의 몸짓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