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고와 한양대를 나온 추승균 감독은 1997년 KCC의 전신 현대 농구단에 입단해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현역 시절 공수를 겸비한 포워드로서 맹활약하며 동갑내기 서장훈에 이어 KBL 역대 두 번째로 1만 득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에서 보듯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한 팀 공헌도와 기복 없는 활약으로 유명했다. KCC는 추승균 감독과 함께하는 동안 무려 5회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추승균 감독은 2011-1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2012-13시즌부터는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오직 한 팀에서만 활약하며 선수, 코치, 감독을 모두 거친 것은 이상범 전 안양 KGC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추승균 감독 선임은 예고된 수순이다. KCC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허재 감독 뒤를 이어 추승균 감독을 대행으로 선임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비록 추승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 9경기에서 KCC는 고작 1승에 그쳤지만 구단은 추승균 감독의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그를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시켰다.
KCC는 전통의 명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몇 년간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추승균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2011-12시즌을 끝으로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하승진, 김태술 등 호화멤버에도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9위에 그쳤다.
그래도 다음 시즌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김민구의 복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하승진, 김효범 등 내부 FA들을 잔류시키며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귀화혼혈 선수 전태풍이 3년 만에 팀에 복귀함에 따라 약점이던 가드진과 외곽을 보강하는데도 성공했다.
KCC의 약점은 주전과 벤치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잔부상이 많은 하승진이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할 때 김일두 외에는 별다른 백업 멤버가 없는 빅맨진은 불안하다. 확실한 주전급 3번(스몰포워드) 자원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반대로 포지션이 겹치는 김태술과 전태풍, 두 명의 특급 포인트가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추승균 감독의 리더십이다. 지난 시즌 한 라운드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추승균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은 초보 사령탑 딱지를 벗지 못했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 시절의 성적을 온전히 추승균 감독의 역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추승균 감독과 비교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삼성 이상민 감독이 지난 시즌 사령탑 데뷔 첫해 겪었던 시행착오는 추승균 감독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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