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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저고리 다 벗긴 '간신'…흥행 '참사'


입력 2015.05.24 12:20 수정 2015.05.24 12:28        김명신 기자

영화 ‘간신’이 황금연휴 관객몰이에 실패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간신’은 개봉 첫 날인 지난 21일 전국 8만 3601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3일 누적 관객수 18만에 그쳤다.

'간신’은 연산군 11년, 조선 최악의 폭군 연산군(김강우)을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주지훈)와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사건인 ‘채홍’을 새롭게 그려냈다. 채홍사로 임명된 임숭재 부자가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들을 모두 궁으로 잡아들여 왕에 받힌 이 사건은 연산군이 가진 권력의 전횡을 극렬하게 보여준다.

특히 임지연 이유영 등 여배우들의 노출 등 파격 홍보와 김강우 주지훈 등 캐릭터 연구와 새로운 인물 발견 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호불호 평가가 갈리며 흥행에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진행된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민규동 감독은 “내가 추구했던 지점은 인물의 광기나 심리적인 한계 같은 내적 스펙트럼이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극을 처음 찍어봤다. ‘매일 보는 사극 공간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볼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그래서 인물 안의 욕망과 동기를 가지고 들어가봤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간신’은 배우 김강우 주지훈의 광적인 연기와 임지연의 관능적인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민 감독은 김강우와 주지훈의 캐스팅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흔쾌히 임해줬다. 많은 것들을 재지 않고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영화가 여배우들에게 결코 쉬운 영화가 아니다. 굉장히 혹독한 역사적 순간을 다루고 있고 비극적 순간을 관통해야 했다"며 "새로운 배우들, 아직 많은 것들이 발굴되지 않은 가능성 높은 배우들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김강우는 예술에 미치고 쾌락에 빠진 희대의 폭군 연산군으로 분한다. 그는 연산군 캐릭터에 대해 "후련하고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변태적인 상상인데 일상에선 전혀 할 수 없는 행위들을 펼치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외국에는 햄릿이 있다면 한국에는 연산군이 있다. 죽기전에 배우오서 꼭 맡아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결혼전야’, ‘키친’과 드라마 ‘궁’, ‘마왕’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심을 사로잡았던 주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희대의 간신 임숭재 역을 맡았다.

주지훈은 “왕과 신하의 모습, 또 그를 파괴하는 모습 등 그 어떤 때보다 굉장히 디테일한 디렉션이었다”며 “(간신 캐릭터를 위해) 발성을 바꾸려 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간신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충실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지연은 전작 ‘인간중독’을 통해 신인여우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간신’에서 유려한 칼춤과 뛰어난 미모로 저잣거리에서 군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백정의 딸 단희 역으로 분한다. 전작에 이어 노출신이 있기에 부담감이 컸을 터.

그녀는 “노출이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었다”면서 “분명히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이고 다른 작품이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한 거라 큰 부담 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출연한 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남다른 노력이 흥미롭다.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는 지금까지의 연산군과는 다른 색다르고 차별화된 연기를 선보이길 원했다. 김강우는 "표현 방식이 유사해질까 봐 연산군이 나온 작품을 찾아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낸 이리', '사슴의 목을 문 사자', '바로 앞의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 등 사나운 동물들의 사진을 뽑아 방에 붙여뒀다고 한다.

이야기는 연산군이 채홍사를 파견해 팔도의 미인을 끌어모으고, 이 미인을 흥청(興靑)이라 불러 패망의 길을 걸으면서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김강우는 "연산군이라는 배역을 위해 감독님과 변태적인 상상을 해나가는 것이 재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산군은 당대 화가 못지않은 그림 실력을 자랑했다. 김강우는 직접 작가를 만나 붓 잡는 방법을 익히는 품을 들이고, 붓으로 획을 긋는 등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섬세함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간신 임숭재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은 극 중에서 검술과 검무를 자유롭게 구사하려고 액션 스쿨을 다니며 특별 교습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매일 오답을 내는 학생' 마냥 캐릭터 이미지 구축과 해석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밝혔다.

충신이자 간신으로서 왕과의 관계, 정치적 조력자이자 자신을 속박하는 존재인 아버지와의 관계, 자신을 변화시키는 비밀의 여인 '단희'(임지연)와의 관계를 동시에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이름으로 더 큰 권력자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아버지(임사홍)를 보며 회의감을 느끼다가, 단희와 만나 인간애를 되찾는 적절한 감정과 연기 톤을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다들 욕망에 찬 인물들이기에 그걸 여유롭게 풀 수 없었다"며 "내가 생각했던 연기의 틀이 깨진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에서 검무를 추는 장면이 많았던 임지연은 촬영 2개월 전부터 기본적인 검무 동작을 익히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 결과 현장에서 강렬하고 단아한 춤사위를 뽐낼 수 있었다.

임지연은 자신이 맡은 단희라는 캐릭터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려고 노력했다"며 "단희가 그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면서 과거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로 분한 이유영은 촬영 2개월 전부터 판소리와 무용을 연습했다고 한다.

이유영은 "기존에 있던 설중매 연기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설중매의 욕망을 잘 표현하려 했다"며 감독님이 '그냥 네가 설중매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노출과 농염한 정사신이 가득한 이번 영화에 여배우들이 느낀 심적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다. '색'이 넘치는 영화지만, 단순 볼거리를 뛰어넘어 예술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의 생각이었다.

민 감독은 여배우들을 떠올리면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참고했고, 섹스 중독에 빠진 여자 색정광(色情狂)을 소재로 한 영화 '님포매니악'이 개봉하는 날 임지연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민 감독은 "두 여배우에게 캐릭터에 몰두하고 노출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고 참고할 만한 영화를 많이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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