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아이콘’ 이동국…입담만큼 실력도 ‘개념’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5.11 11:00  수정 2015.05.11 11:07

‘전파낭비’ 프로야구 우선시 방송사에 돌직구

경기장에선 나이 무색케 하는 절정의 기량 과시

이동국이 경기장 안팎에서 K리그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 전북 현대

최근 방송중계 '돌직구'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던 이동국(36·전북)이 본업인 축구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람직한 개념 스타의 표본을 보여줬다.

이동국은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0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7분 한교원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19분 이재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가볍게 성공한 데 이어 23분에는 팀 동료 에두와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로 결승골까지 도우며 노장의 클래스를 과시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8승 1무 1패(승점 25점)로 K리그 1위를 수성했다. 2위 수원 삼성(5승2무3패·승점 17점)과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동국은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어린이날 축구 보고 싶은 어린이들은 어떡하라고"라는 글과 함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를 5개 방송 채널이 중복으로 중계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동국의 발언은 어린이날 프로야구 중계만 우선시하는 방송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동국은 이에 대해 '전파낭비'라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동국의 발언을 두고 축구선수가 경쟁 종목인 야구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개인의 오랜 '소신'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동국의 발언은 ‘야구 VS 축구’의 우월논쟁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 채널 선택의 다양성과 자유가 침해받고 있는 현 주소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전북의 에이스이자,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이동국 정도 되는 인물이었기에 가능한 발언이기도 했다.

만일 이동국이 본업인 축구에서 부진한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오히려 조롱의 역풍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동국은 올 시즌도 변함없이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서 건재하다.

이동국의 소속팀 전북은 올 시즌도 K리그 선두를 달리며 2연패에 도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16강에 올라 있어 다관왕을 노리고 있다.

K리그는 물론 통산 ACL 최다득점자(27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동국은 올해 ACL 조별리그에서 벌써 4골을 작렬했다. 선두 굴라르 페레이라(광저우, 중국)에 2골 차로 뒤져있지만 득점왕이 가시권에 있다. 이동국이 올해 축구선수로서 환갑을 넘긴 36세의 노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어느덧 축구계 현역 스타 중 맏형급의 선수가 된 이동국은 실력뿐만이 아니라 축구계 현안에 대해 당당히 쓴 소리도 할 수 있는 성숙한 선수로 거듭났다. 유럽 등 축구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동국도 어느덧 축구만 잘하는 선수를 넘어서 K리그의 아이콘으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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