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일은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상쾌한 출발을 보였다. 과거엔 천부적인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하는 인상이 짙었지만, 올 시즌엔 스피드를 활용해 역동적인 공격수로 변신했다.
속도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고 정교함도 덧칠했다. 지난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대전전(5-0)이 대표적이다. 강수일은 1골 1도움을 올리며 방향전환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절정에 달해 있음을 입증했다.
강수일은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2009년 K리그 데뷔 골을 작렬한 후 코칭스태프에게 달려가 ‘나 좀 안아 달라’고 소리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수일이 축구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학창시절 급우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일삼았다. 하지만 강수일은 좌절하지 않고 고된 일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축구를 시작했고 결국 꿈을 이뤘다.
강수일은 현재 더 큰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바로 태극마크다.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벽을 넘어야 한다.
한국대표팀은 그동안 ‘혼혈’과 ‘용병’에 인색했다. 여론은 순혈주의를 내세워 귀화 프로젝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에닝요(33·전북)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닝요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최강희 전 감독이 귀화 발탁을 원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나는 반문하고 싶다. (반대하는 이들은) 에닝요의 K리그 경기를 얼마나 봤나. 감독이 특별귀화 요청할 정도라면 그 선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 드러나는데 이 부분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정서에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원한다"고 강경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여론은 끝내 에닝요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지 않았다. 축구는 총성 없는 국가 전쟁에 비유된다. 그래서일까. 한국대표팀은 ‘혼혈 발탁’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재일교포 4세 이충성(29)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충성은 태극마크 열망 하나로 한국에 왔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청소년 시절 ‘반쪽바리’ 수군거림은 이충성에게 엄청난 쇼크였다. 믿고 의지한 아군이 실은 아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이충성은 일본으로 귀화해 2011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차별 당했다. 소속팀 우라와 서포터는 홈구장에 “(순혈) 일본인만 원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충성은 한일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주변인’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혼혈 공격수’ 강수일에게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적어도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 눈에 강수일은 한국인일 뿐이다. 출신이나 피부색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잠재력을 높이 산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유망주를 발굴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독일을 24년 만에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 토니 크로스, 사미 케디라(이상 레알 마드리드), 토마스 뮐러, 마누엘 노이어,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아스날) 등이 모두 슈틸리케가 빚어낸 작품이다. 유소년 육성 시절 이들을 발탁해 ‘자신감’을 심어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소집 명단에 강수일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초반 활약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강수일 하기 나름이다. 태극마크를 간절히 원한다면 더 분발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리그에서 번뜩이는 창조성과 기복 없는 모습, 프로페셔널을 보여준다면 ‘8월 동아시아컵 대회’에 발탁될 확률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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